
[엔트로피타임즈=이상현 편집위원]
미국과 이란의 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세계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운송량의 20%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란산 석유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서아시아(중동) 석유 수송에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는 지역은 중앙아시아를 뺀 앗아 전체로 봐도 무방하다. 중국과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는 물론 인도 등 남아시아, 특히 한국은 중동산 석유가 무려 70%를 차지한다.
정황상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국제 에너지시장가격은 일시적으로 출렁이고 원래 양상을 되찾을 수 있다. 다만, 이번 전쟁이 어떤 강대국 전략에서 나왔는지를 알면 지구촌 에너지 수급지형이 전략적으로 변경되는 주요 전환점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에너지 순수입국 한국은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악재만 가득하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가 지구촌 에너지 시장조성자 역할을 중동으로부터 가져간다면, 그래서 미러가 당분간 협력적인 과점(Oligopoly)을 유지한다면 그 틈바구니에서 러시아 에너지 장기계약을 맺어 단기 및 중기 에너지 안정을 꾀할 수 있다.
한국, 이란 전쟁에 원유와 LNG 수입 모두 직격탄
한국이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 순위는 시기별로 약간씩 변화가 있지만, 대략 사우디아라비아(1위)와 쿠웨이트(2위), 아랍에미리트(UAE, 3위), 이라크(4위)로 나타난다. 모두 호르무즈해협을 지나 서쪽으로 가야 원유를 선적할 수 있는 나라들이다.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특히 중국과 인도, 일본, 한국은 이란의 석유 공급과 호르무즈 해협 통과에 가장 민감하다.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석유가 이란이 사실상 통제권을 갖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는 전 세계 소비량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물량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석유 공급 부족은 세계 일일 소비량의 약 15%를 차지할 전망이다.
천연가스 거래소 가격은 약 1.5배 상승할 전망이다. 100 입방미터당 가격도 600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가스 가격 급상승은 아시아와 유럽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일(런던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드맥켄지(Wood Mackenzie)의 애널리스트 톰 마르젝-맨서를 인용,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대상 군사 작전으로 가스 가격이 25% 상승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국제해상운송 차질이 중동 지역의 LNG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는 이 해협을 통해 전 세계 LNG 물동량의 20%를 아시아와 유럽으로 수송한다.
이란 체제전복 실패한 미국, 장기전 피할듯
분쟁이 오래 지속되지 않으면 시장이 약간의 가격 변동만 경험할 것이지만, 이번 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찍 끝날 징후가 있다. 우선 미국이 이란의 체제 전복에 실패한 정황이 뚜렷하다. 앞서 영국과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반체제시위로 격상시키려 애썼지만, 실패했다. 이란 정부는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사살했다. 극소수의 자국 반체제 인사들이 포함되긴 했지만, 대부분 국적과 체류 목적이 모호해 해외 정보요원들로 추정되는 자들이 많았다.
미영 정부는 실패 후 이번 기습공격을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워싱톤 시간) 자신이 권력 전복을 촉구하는 이란인들을 보호할 것이라는 약속을 거부했다. 트럼프는 “나는 어떤 특정한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즈(NYT)> 인터뷰에서 밝혔다.
장기전 징후는 이란 쪽에서 감지된다. 37년간 이란의 최고지도자 역할을 수행해온 알리 하메네이가 28일(테헤란 시간) 미국・이스라엘의 첫 공습 때 희생된 것은 사고가 아니라 스스로 택한 ‘순교의 길’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교국가 성격이 강한 이란에서 어차피 지도자 교체 시기를 맞아 국론을 통합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단합된 성전(holly war)을 촉구하기 위해 공습 사실을 알고 선선히 순교의 순간을 맞았다는 평가다. 그동안 이란 내부의 국가지배구조 혁신 움직임을 감지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평가다.
아시아는 물론, 서쪽 유럽도 호르무즈 위기에 초불안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2월28일 “적들의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위험해졌다”고 선박들에게 경고했다. 1일 이란 최고 자문기구인 국정판단위원회 모흐센 레자이 위원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무역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중동 에너지 전문가들은 여러 아시아 경제권에서 중동산 석유 수입 비중이 60~70%를 넘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가격과 운송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럽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아시아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중동산 석유를 수입하지만, 봉쇄에 따른 가격 충격은 직접적이고 엄청나다고 불안해 하고 있다.
실제 튀르키예와 유럽연합(EU)은 모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공급에 직접 의존하고 있다. 이란이 이 해협을 사실상 폐쇄하면 석유와 휘발유, 경유는 물론 모든 석유화학 제품들은 이동을 멈춘다. 세계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셈.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 유럽의 정유 시설들은 일정량의 원유를 비축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이 원유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의문을 제기한다.
아시아 선진국들의 대안적 선택…러시아 석유? 설마?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 뒤 중동 석유를 수입해온 아시아 각국들이 정유시설을 폐쇄하고 있다. 중동 원유가 당장 들어오지 않는다면, 기존에 중동산 원유 정제에 최적화 된 시설을 더 이상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 각국들은 러시아로부터 석유를 새로 구매하거나 구매량을 늘리는 또 다른 선택지를 만지지작 거리고 있다. 인도나 중국은 주저없이 러시아산 석유 구매량을 늘릴 것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우회적으로 러시아산 석유를 들여올 것이다.
나이지리아와 같은 다른 국가들이 기존 중동 석유 수입국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수준까지 생산량과 판매량을 늘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알래스카 북부 북극해 연안에서 진행 중인 원유 및 LNG 개발이 일부 양산단계에 이르렀지만, 판도를 바꿀만큼 큰 규모는 아니다. ‘노스 슬로프(North Slope)’에서 코노코필립스가 개발해 2024년 12월 말에 첫 원유 생산(First Oil)을 달성한 한 누나(Nuna) 유전, 2029년께 첫 원유 생산이 시작되는 윌로우(Willow) 프로젝트도 하루 최대 약 18만 배럴 규모의 원유 생산만 가능하다.
한국의 하루 원유 수유가 270말 배럴이라면, 18만 배럴은 6~7% 수준이다. 알래스카 물량은 에너지무역의 전략적 견지로 볼 수는 없다. 알래스카 자체 수요를 충족하는 효과는 엄청나다.
결국 중동산 원유 수입이 어려워진 일본과 한국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원유와 텍사스 퍼미안 지역 석유를 대안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수출할 여건이 안된다면, 러시아 석유가 일본과 한국에 좀 더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
중동 전쟁은 에너지시장조성자 변경 신호
중동은 한동안 전쟁의 여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불을 붙인 전쟁의 불씨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오만, 카타르, 바레인 등에 소재한 미군 기지를 불태웠다.
중동 친미 국가들은 이제 유럽처럼 ‘재무장’에 나설 것이다. 그런 명분을 공고히 하려면 이란과 헤즈볼라(레바논). 후티(예멘), 하마스(팔레스타인) 등 이란이 이끄는 범 시아파벨트의 세력들은 지역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
미국은 큰 불로 번지지 않으면서 국지적으로 중동 친미국가들의 ‘군사 재무장’ 명분이 공고해 질 때까지만 전쟁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을 것이다. 미국산 무기의 새로운 시장 창출이다. 한국산 무기가 중동국가들에 수출될 지는 또 미국에게 얼마나 한국이 잘 보이는냐가 관건이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간 국제 에너지 시장조성자 위치를 공고히 해왔던 중동 지역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 국가들이 시장조성자 역할을 명백히 미국과 러시아로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에너지시장 조성자는 원하면 에너지가격을 자유자재로 높일수도, 낮출 수도 있다. 중국과 인도, 독일, 일본, 한국은 모두 그 상황에 단지 적응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상현 <엔트로피타임즈> 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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