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6 (목)

  • 흐림동두천 8.8℃
  • 흐림강릉 8.1℃
  • 흐림서울 10.2℃
  • 흐림대전 9.4℃
  • 흐림대구 8.5℃
  • 흐림울산 8.0℃
  • 흐림광주 11.6℃
  • 흐림부산 9.7℃
  • 흐림고창 8.6℃
  • 제주 10.6℃
  • 흐림강화 7.9℃
  • 흐림보은 7.9℃
  • 흐림금산 9.4℃
  • 흐림강진군 11.2℃
  • 흐림경주시 8.0℃
  • 흐림거제 10.1℃
기상청 제공

기후 · 에너지

“AI는 찬성, 오염은 반대” 데이터센터 논쟁 본격화

인공지능 혁신 뒤에 숨은 비용, 데이터센터와 기후의 충돌
한국도 전력·환경 영향 투명하게 따져야 논란 피할 수 있어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AI 산업을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은 한국은 동시에 2030년 온실가스 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일견 양립되기 어려운 두 사안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만큼 앞으로의 난관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산업 육성과 환경 부담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지가 정책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확장에 필수적인 전력망 확보, 이와 함께 그로 인해 빚어질 기후 악화를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까.


◆ AI 시대의 그림자, 데이터센터가 남긴 전력·탄소의 과제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미래의 기술 쯤으로 치부되던 인공지능은 이제 평범한 사람들조차도 활용 가능한 기술로 올라섰고 거의 모든 산업이 이에 의존하는 처지에까지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과 산업의 중심에 자리한 인공지능이니만큼 각국은 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실정.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초거대 모델과 고성능 반도체,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며 사활을 걸고 있다.


온통 장및빛 전망만이 가득한 상황이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 역시 존재하기 마련. 가장 현실적인 문제가 막대한 전력량을 어떻게 감당하느냐 하는 점이다. 동시에 그로 인한 비용과 탄소 배출 역시 처리해야 할 과제다.


지난 26일, 미국의 기후·에너지 정책 단체인 ‘Climate Power’가 발표한 여론조사는 이 질문을 공론장 한가운데로 끌어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 다수는 AI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기요금 상승과 오염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응답자들은 AI 기술 발전 자체에는 대체로 긍정적이었지만 데이터센터가 화석연료 발전 확대를 유발하거나 지역 전력망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고, 지역사회에 사전 고지 및 의견 수렴 절차를 보장하는 조건이 제시될 때 지지율이 높아졌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기술은 환영하지만 기후와 생활비 부담까지 무조건 떠안을 수는 없다는 ‘조건부 지지’가 확인된 셈이다.


이 메시지는 한국에도 유효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한국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과 2050년 탄소중립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동시에 AI 반도체와 초거대 모델, 데이터센터 집적단지 조성을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전력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산업을 육성하면서 배출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병행하는 셈이다. 두 방향이 충돌하지 않으려면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보기 어렵다.


◆ AI 산업 성장과 탄소중립, 충돌 불가피?

데이터센터는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시설이다. 서버는 24시간 가동되고, 고성능 GPU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설비 역시 쉬지 않는다. 특히 생성형 AI는 기존 검색·저장 중심 서비스보다 훨씬 많은 연산을 요구한다. 연산량 증가는 곧 전력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여기에 전기차 보급 확대, 산업 공정의 전기화 등 다른 요인까지 겹치면서 전력 수요는 전방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이 추가 수요가 어떤 발전원으로 충당되느냐에 달려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충분히 확대되지 못한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한다면, 단기적으로는 LNG나 석탄 발전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국가 배출량 관리에 부담을 준다. AI 산업 육성이 기후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전력 구조는 또 다른 변수를 안고 있다. 전력시장은 공기업 중심 체계이며, 요금 결정은 정책적 판단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데이터센터 증가가 곧바로 전기요금 인상으로 직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발전·송배전 설비 확충에 필요한 투자 비용은 결국 전력 시스템 전체의 부담으로 남는다. 최근 몇 년간 전기요금 인상 논란이 이어지며 가계 부담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산업용 전력 수요 급증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는 예민한 문제다.


지역 차원의 갈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데이터센터는 넓은 부지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 냉각수 확보가 필요하다. 수도권이나 특정 산업단지에 집중될 경우, 송전선 증설과 변전소 건설을 둘러싼 주민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여론조사에서 지역사회 참여와 정보 공개가 중요한 조건으로 등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의 수혜는 전국적이지만, 환경적 부담은 특정 지역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술 개발에 앞서 해결해야 할 것은 사회적 합의

물론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을 확대하고, 액체 냉각 등 고효율 기술을 도입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는 데이터센터 폐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러한 시도는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와 실제 계통 내 물리적 공급은 다를 수 있으며, 전력망 전체의 탄소 집약도를 낮추지 못한다면 개별 기업의 ‘100% 재생에너지’ 선언은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개별 사업장의 홍보 문구가 아니라, 국가 전력 믹스의 구조적 전환이다.


미국 사례가 던지는 또 하나의 시사점은 투명성이다. 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듯, 시민들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과 오염 영향, 지역사회 기여 방안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요구했다. 한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의 중장기 전력 수요 전망이나 탄소 배출 영향에 대한 종합적 공개 자료를 쉽게 찾기 어렵다. 산업 육성 계획은 비교적 상세히 제시되지만, 그에 수반되는 환경 비용은 상대적으로 비가시화돼 있다.


AI는 기후위기 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다. 에너지 수요 예측 최적화, 재생에너지 출력 변동 관리, 기후 모델링 고도화 등 긍정적 활용 가능성은 분명하다. 그러나 AI 산업 자체가 막대한 전력 소비와 배출 증가를 초래한다면, 그 순효과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기술이 기후 해법이 되기 위해서는, 그 기술을 지탱하는 인프라 또한 저탄소 전환의 경로 위에 있어야 한다.


결국 쟁점은 속도보다 설계다.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조급함이 전력과 기후 문제를 후순위로 밀어낼 경우,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장기 전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생에너지 연계 비율을 제도적으로 끌어올리며, 지역사회와의 협의 구조를 명확히 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 조건에 가깝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국민들의 대응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술을 거부하지 않지만,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환경적·경제적 비용에 대해 설명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AI 시대의 경쟁력이 단순히 연산 속도에만 있지 않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한 부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사회적 합의 없이는 무용지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Research & Review

더보기


환경 · ESG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