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이상현 편집위원] 한국 대중문화(K-Pop)가 지구촌의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 식품(K-Food)도 함께 전파돼 인기를 얻고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큰 도시에서는 한식당과 한국식 분식점 등을 어렵잖게 발견할 수 있다. 기업 규모는 아니지만, 한국인들이 현지에 차린 식당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음식은 외국에 비교적 잘 전파된다. 다만 적잖은 자본을 들여 다른 나라에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세우는 기업형 식품산업의 해외진출은 녹록치 않다.
현지인들의 기호나 식습관, 식재료 등 단순한 고려사항만으로 도전이 불가능하다. 경쟁상황 등을 고려하면 시장의 잠재적 매출규모나 특별한 브랜드 선호만으로 판단할 문제도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식품산업이 유엔이나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들의 단독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있음에도 외교안보 상황에 따라 해외 사업이 제약 또는 위축될 수 있는 점이다. 정부가 교역국과의 교역조건 개선은 물론 원만한 외교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이 해외사업의 인프라 그 자체다.
지구촌 치킨 대명사 KFC와 맞붙는 BBQ
2026년 현재 국내외 통틀어 3000여개 가맹점을 보유한 제네시스BBQ 그룹의 BBQ치킨의 사례는 해외에서 기업형 외식산업의 승부수를 둔 대표적 사례다.
1995년 한국에서 설립된 제네시스 BBQ 그룹은 ‘최고 중 최고의 품질(Best of Best Quality)의 단어 첫글자를 따서 ‘BBQ’라는 닭고기 브랜드로 성공했다. 제네시스 BBQ 그룹은 12년 연속 스타브랜드코리아가 선정한 최고의 치킨 프랜차이즈로 선정됐다. 2016년에는 1위를 차지했다. 설립 4년 만에 1000개 매장을 열었고 7년 만에 1800개 매장으로 성장했다. 프랜차이즈 사상 최고 성장률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2026년 현재 국내 2400개 이상의 레스토랑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수십 개국에 7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의 목표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5만 개의 매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1950년대 창업한 미국의 치킨브랜드 KFC가 2026년 현재 전 세계 147개국 이상에 2만9000개 이상 매장을 운영 중이라다. 그런 점에서 BBQ의 도전은 한국의 기업형 식품사업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이자, 공격적이고 야심찬 목표로 평가된다.
KFC는 미국에서는 프랜차이즈, 중국에서는 직영 매장이 많다. 비교적 대형 직영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023년부터 소형 프랜차이즈 매장도 크게 늘리고 있다. BBQ와는 해외시장 뿐 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돼지고기 안 먹는 무슬림국가들이 닭고기 많이 먹는다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유엔식량기구(FAO)의 식량 통계에 따르면, 연간 1인당 가금류(poultry)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이스라엘(연간 1인당 70kg)로 나타났다. 같은 서아시아 지역 무슬림 국가인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뒤 이어 2위와 3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스라엘과 미국(4위)을 제외하고 말레이시아(5위), 쿠웨이트(6위)까지 모두 서아시아 무슬림 국가들이다. 무슬림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에서 가금류 통계의 95%를 차지하는 닭고기 소비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다.
그런데 제네시스BBQ는 2003년 중국(2023년 가금류 연간소비 국가 순위 46위) 진출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14위), 필리핀(50위권 밖), 일본(50위권 밖) 등으로 해외진출을 시작한다. 2023년 순위이지만 BBQ가 해외진출을 시작한 2003년이라고 큰 차이가 나지 않을 터. 기자는 회사측에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유광철 제네시스BBQ 유럽본부장은 “BBQ는 국내 성공한 브랜드로 해외에 진출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지역에서 시도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중국”이라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해외사업 관건은 인프라…공급망・물류・지불시스템 등
제네시스BBQ가 닭고기를 많이 먹는 나라를 조사도 없이 해외 진출을 시작했을 리 없다. 그럼에도 중국과 미국을 최초 진출 지역으로 선정한 것은 진출할 시장에 사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과 무역규모가 매우 크고, 이는 중국이 이미 한국 기업의 해외사업에 필요한 인프라가 모두 잘 갖춰져 있음을 의미한다.
유광철 본부장은 지난 3일 경기도 이천 소재 ‘치킨대학’에서 기자와 만나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면 적합한 운영 파트너를 찾고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특히 해외 현지 프랜차이즈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현지 파트너가 필수적이며, 물류와 공급망, 결제시스템 등 탄탄한 인프라 기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 본 부장은 이어 “인프라 기반 없이 단순히 몇 개의 매장을 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수익성과 시장의 매력이 항상 진입 용이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 물류 역시 큰 걸림돌일 경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제네시스BBQ는 지난 1월부터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첫 단계로 양념과 튀김옷 혼합재료, 닭고기 원재료, 포장재 등 기타 제품 구성요소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인프라 구축 완료 후에야 가맹점 모집 증 시장진출과 확대를 본격 고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 인프라가 준비되고 시스템이 가동되면 그동안 단 하나의 가맹점도 만들지 않았던 러시아 시장까지 진출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교두보를 확보하는 게 중요…무슬림국가 본격 진출
중국과 함께 추진된 미국 시장 개척 자체도 녹록치 않았다고 한다. 엄청나게 많은 치킨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다. 얼추 80년 선배인 KFC를 비롯해 많은 외식업체들의 노골적이거나 보이지 않는 텃새도 만만찮았을 터 였다. 유 본부장은 그럼에도 “프랜차이즈 방식이 앞선 미국이 진출 우선순위가 높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잠재시장 규모가 큰 인접 중남미 국가들, 캐나다 등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라는 점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유 본부장은 “캐나다와 멕시코로 확장하는 데 미국이 구심이 된다”면서 “멕시코는 미국의 영향 상당히 많이 받고, 중남미는 멕시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런 연계성 때문에 미국시장을 우선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제네시스BBQ는 올해 중국시장 재구축에도 나설 계획이다. 인구 8000만명 급의 성(省)들에 교두보를 만들고 공격적으로 다수의 가맹점을 한꺼번에 설립할 방침이다. 미중관계가 악화돼 양국의 다국적 기업들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해외시장 최다 점포(1만개 이상)를 자랑하는 KFC의 물리적・심리적 공백이 예상된다. 이 공백을 제네시스BBQ가 파고들 수도 있다.
기자가 제기했던 ‘1인당 닭고기 소비량 최상위 그룹’인 서아시아 공략법에 대한 비전도 야심차다. 유 본부장은 “무슬림국가들은 종교 문제에 민감하며, 특히 식품과 관련해선 할랄 이슈가 있다”면서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에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할랄 식사재 솔루션을 치밀하게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슬림 국가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는 할랄 소스 파우더를 100% 제공하고 있다”면서 “중동(서아시아)의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동남아시장 개척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전쟁, 신냉전…식품산업도 정치화 “나쁜 징조”
기자가 제네시스BBQ가 운영하는 경기도 이천 소재 ‘치킨대학’을 현장 취재한 날 농림식품축산부는 “지난 1분기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을 합친 농식품(K-푸드) 수출이 25.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중동(GCC, 32.3%↑)과 중화권(14.5%↑)에서 급증세를 보였고, 북미(6.3%↑)와 유럽연합(EU, 4.9↑)에서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수출액 기준 4위인 베트남의 영향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2.2↑)도 본격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순수입국이자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의 기업들은 2020년 코로나19 이후 본격화 된 신냉전의 여파로 영업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농식품부 김정욱 농산업혁신정책실장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유가와 환율 상승 등에 따른 K-푸드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수출기업 위험 대응을 위해 ▲최신 물류 정보 제공 ▲물류 부담완화 ▲대체시장 발굴지원 ▲온·오프라인 판촉 등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큰 추세를 거스리기엔 역부족이다.
제네시스BBQ가 해외진출 준비의 우선순위로 지목하는 인프라 중 결제시스템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분쟁 이후 모든 한국 기업들과 시중은행들이 실감하고 있는 문제다.
미국은 달러 기축통화 시스템에 도전하는 나라에 대해 이차제재(secondary boycott)을 일상화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달러의 무기화’에 대해 어떤 나라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사실상 상수화 된 ‘국제규범’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해외식품산업, 물류 위기 등 안보 환경에 특히 취약
최근 서아시아 걸프 지역 분쟁처럼 물류에 문제가 생기면 식품대기업은 여로모로 난감하다. 우선 해외가맹점 유치 영업이 어려워진다. 또 고유가로 높아진 물류비 때문에 필수 식자재 및 원재료 공급 비용이 치솟는다. 현지 가맹점 관리비용 급등은 표준화 된 메뉴와 마케팅을 기반으로 브랜드 현지화를 꾀하는 식품기업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사실 K-푸드는 엄청나게 불리한 여건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게 맞다. ‘긍정의 힘’으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대한민국을 다독일 수 있다. 그러나 ‘엄청나게 불리한 여건’이라는 수식어를 없애기 위해 에너지 자립과 결제통화 환경 등 교역조건 개선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 시기다.
외교・안보 환경은 식품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제네시스BBQ 관계자는 “2003년 당시 처음 중국에 200여개 가맹점을 유치하고 영업하던 중 2016년 이후 우리 정부 권고로 대부분 가맹계약을 철회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는 400여개라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릴 수 없는 점을 양해 바란다”고 했다.
2016년 한국 땅에 미군의 ‘종말단계고고도지역방어(사드, THAAD)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한 뒤 중국은 이른 바 ‘한한령(한류를 제한하는 명령)’을 발동했다. 그 뒤 현지 진출한 한국 브랜드 전반에 대한 반감과 규제 압박이 커졌고, 국내 외식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하거나 축소하는 사례가 늘었다.
비록 국제사회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경제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식품산업 역시 점증하는 보호무역주의와 자국기업 우선주의, 식량의 정치화 등의 영향을 받는다.
제네시스BBQ의 중국 사례처럼 언제든 수많은 투자금이 매몰비용이 될 지 모른다. 교역조건 개선과 함께 자주적이고 서로 이로운 외교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한국 기업에게 가장 소중한 버팀목이다.
이상현 <엔트로피타임즈> 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