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 e법칙] 일방적 승자도 패자도 없는 현대 전쟁



과거의 전쟁은 승자와 패자가 분명했다. 한쪽은 점령했고, 다른 한쪽은 무너졌다. 전쟁이 끝나면 결과도 명확했다. 그러나 오늘의 전쟁은 다르다. 전쟁이 끝나도 일방적 승자는 없고, 일방적 패자만 남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입은 국가와 국민들만 남는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을 축으로 한 전쟁은 이러한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갈등은 단순한 국가 간 충돌을 넘어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으로 확산되며 중동 전체를 흔들고 있다. 전면전이라는 선언은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전면전에 가까운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이제 전쟁은 하나의 전선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여러 층위의 충돌이 동시에 전개되는 다층적 전쟁이다. 국가 간 충돌, 대리전, 해상 위협, 경제 압박이 동시에 작동하며 전쟁의 범위는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미사일과 드론이 바꾼 전쟁의 경제학

 

  이번 전쟁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미사일과 드론이다. 미사일은 국경의 의미를 무력화했다. 수천 킬로미터 밖에서도 상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은 전쟁의 공간적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변화는 드론에서 나타난다. 드론은 전쟁의 비용 구조를 뒤집고 있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 수준의 드론이 수십억, 수백억 원 규모의 군사 시설과 장비를 공격하는 구조가 현실이 되었다. 공격은 점점 저렴해지고, 방어는 점점 비싸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상대에게 더 큰 비용을 강요하는 전략으로 이어진다. 군사 전략에서는 이를 비용전가전략(Cost Imposition Strategy)이라고 부른다. 상대는 100의 비용을 쓰게 만들고, 나는 1의 비용으로 대응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중동 전쟁에서도 이와 같은 방식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쟁의 주도권이 반드시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쪽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와 같이 기술과 비용 구조가 바뀌면 전쟁의 결과도 바뀌게 된다.

 

  다층적 전쟁과 국제 질서의 흔들림

 

  현대 전쟁은 더 이상 두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중동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시작되었고, 러시아는 이란과의 군사 협력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중국은 직접 개입을 피하면서도 에너지와 경제적 이해를 중심으로 전략적 관망을 유지하고 있다. 전쟁은 군사적 충돌이면서 동시에 외교, 에너지, 금융, 무역이 얽힌 복합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는 이란이 받았지만, 주변국들도 적지 않은 피해와 영향을 받고 있다. 전장의 중심이 아닌 지역이 물류 차단, 에너지 가격 상승, 정치 불안정이라는 형태로 더 큰 충격을 받는다. 한 지역의 전쟁이 전 세계 경제와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전쟁은 더 이상 국지적 사건이 아니다. 글로벌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구조적 리스크가 되었다.

 

  적국(?)의 손과 발을 잘랐지만, 내 손목도 내어줘야 하는 전쟁

 

  현대 전쟁의 본질은 다음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상대의 손과 발을 자르기 위해 공격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 역시 손목 하나를 내어줘야 하는 게 현대 전쟁이다. 이스라엘은 강력한 방공망으로 공격을 막아내고 있지만, 그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미국은 중동에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군사비와 정치적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란은 전면전을 피하면서 대리전과 변칙 전략으로 대응하지만, 경제 제재와 내부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 어느 한쪽도 완전한 승리를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공격과 방어의 과정에서 모두가 동시에 큰 피해와 손해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 구조에서는 완전한 승리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덜 잃는 선택만 존재할 뿐이다. 상대국의 손과 발을 잘랐지만, 내 손목 하나도 날리게 되는 꼴이다.

 

  전쟁이 정치의 도구가 되는 위험

 

  이보다 더 위험한 것은 전쟁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여, 악용되는 순간이다. 전쟁은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정치인들은 1인 독재를 위하여 전쟁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외부의 적을 설정함으로써 내부의 갈등을 덮고 정치적 지지를 유지하려는 유혹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쟁은 스스로 끝낼 수 없는 구조를 만든다. 최근 미국의 상황은 이러한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개전 초기 전쟁의 목적이 불분명한 것도 문제였지만, 이제는 중동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도 어렵고, 계속 개입하기에도 부담이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빠져나오면 영향력을 잃고, 남아 있으면 비용이 증가한다.

 

결국 전쟁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제약이 된다. 전쟁의 시작은 정치적 선택일 수 있었지만, 전쟁의 지속하는 것은 구조적 딜레마가 되어버린다.

 

  호르무즈 해협과 변칙적 전쟁

 

  이란의 대응은 현대 전쟁의 또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 해협을 봉쇄하거나 위협하는 전략은 단순한 군사적 대응이 아니다. 이는 글로벌 경제를 동시에 흔드는 전략이다. 전쟁은 전장을 넘어 에너지, 해운, 금융으로 확장되고 있다.

 

유조선의 항로, 보험료, 원유 가격, 공급망이 모두 전쟁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방식은 전쟁의 비용을 특정 국가가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부담하도록 만든다. 전쟁은 더 이상 군인과 군대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과 경제의 문제가 되었다.

 

현대 전쟁은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특정 지도자를 제거해도 체제는 유지되고, 군사적 타격을 가해도 갈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전쟁은 끝나지 않고 문제의 형태만 바뀐 채 지속된다. 직접 충돌이 줄어들면 대리전이 이어지고, 군사적 충돌이 멈추면 경제와 금융, 에너지 영역에서의 충돌이 이어진다. 전쟁은 승리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위험요소가 되어버렸다.

 

  전쟁을 넘어서는 선택

 

  이러한 시대에는 다른 선택이 필요하다. 군사적 충돌이 아닌 선의의 경쟁, 파괴가 아닌 전환과 조정, 대립이 아닌 협력과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국가 간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에너지 전환과 효율, 기술 혁신, 산업 경쟁, 그리고 사회적 책임의 영역에서의 경쟁은 전쟁보다 훨씬 더 지속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를 강화하는 방식이 더 강한 지속가능한 전략이 된다.

 

전쟁은 강자와 약자 모두를 약하게 만들지만, 협력과 경쟁은 상대방 모두를 강하게 만든다. 현대 전쟁에는 일방적 승자도, 일방적 패자도 없다. 그리고 전쟁이 정치의 도구가 되는 순간, 그 피해는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된다.

 

현대사회에 전쟁은 적절한 선택지가 아니다. 전쟁을 넘어서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대화와 타협, 그리고 경제와 기술을 통한 선의의 경쟁이야말로 국가와 인류, 그리고 지구 모두를 살리는 길이다.

 

황상규 칼럼니스트
ESG평가연구소장,  ISO26000한국전문가포럼 공동대표,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학 환경윤리학 박사 수료, , ‘사회책임의 시대‘(2013)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