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유예, 비축목표 유연화…유럽 에너지 안보 방향 가닥

EU, ‘가스조정그룹’ 특별회의 브뤼셀서 개최
“당황 말고 일단 잘 뭉치고, 소통하고, 버티자” 

 

유럽연합(EU) 이사회가 지난 1월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및 파이프라인 가스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규정을 승인했지만, 최근 서아시아(중동) 분쟁 여파로 에너지공급이 어려워지자 유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장 26일(브뤼셀 현지시간) ‘유럽연합(EU) 가스 조정 그룹(EU Gas Coordination Group)’이 서아시아 위기에 따른 상황 평가를 위해 브뤼셀에서 특별회의를 연다.

 

아나 카이사 잇코넨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3일 “중동 위기에 따른 상황 평가를 위한 EU 가스 조정 그룹의 특별회의가 26일 열릴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월 EU 이사회가 승인한 규정에 따르면, 단기계약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금지는 오는 4월25일부터, 장기계약분은 오는 2027년 1월 1일부터 각각 발효된다. 또 파이프라인가스(PNG) 수입 금지는 단기계약의 경우 올 6월17일부터, 장기계약의 경우 2027년 11월 1일부터 각각 발효된다.

 

 

유럽 에너지안보 상설기구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영토 내 목표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국제사회는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와중에 기습적으로 감행된 공격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에 이란은 이스라엘 영토와 중동 내 미군 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보복했다. 이에 따라 페르시아만에서 세계 시장으로 석유와 LNG를 수송하는 주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에너지 수입 국가들에서 연료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가스 조정 그룹은 EU의 에너지 안보에 관한 상설 협의 기구다. 공급 위험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위기 대응을 조율한다. 가스 저장시설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공급 시스템 전반의 회복력 보장을 꾀한다. 유럽 위원회와 EU 회원국들은 이 틀을 통해 시장 상황을 평가하고 공급 차질 위협에 대한 가능한 대응 방안을 조율한다.

 

EU 가스 조정 그룹은 EU 회원국 및 EU집행위원회 대표, 에너지규제협력기구(ACER), 유럽가스송전시스템 운영자네트워크(ENTSOG), 에너지공동체, 가스 산업 및 소비자 대표로 구성된다. EU집행위는 논의 대상 사안의 성격에 따라 확대된 형식 또는 EU 회원국 대표만으로 구성된 축소된 형식으로 조정 그룹을 소집할 수 있다.

 

 

가격상한제 미도입 가능성 높아

 

이번 EU 가스 조정 그룹 회의에서 “새 규제”까지 결론낼 가능성은 낮다. 이란 전쟁·호르무즈 긴장에도 단기적으로는 EU 가스 공급 안전에는 즉각적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기존 평가를 재확인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장기 차단, 중동 LNG·가스 인프라 추가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리스크 재평가 및 추가 조치 검토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타르 국영 매체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집행위는 이미 회원국들에 대해 “올해 겨울 대비 가스 비축을 조기에, 점진적으로 시작하되, 법정 목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공식 90% 수준인 EU 저장 목표를 조건부로 80%까지 낮출 수 있는 기존 유연성 규정을 활용, “어떤 가격이든 채워라”식 충전을 피하고 시장 상황을 보며 속도 조절하라는 메시지다.

 

이날 회의는 이 두 가지를 회원국 실무선에서 재확인하고, 가급적 공통 메시지(가이드라인 형태)로 정리할 공산이 크다. <이코노믹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이란 전쟁 이후 유럽 가스 가격이 급등해 있는 만큼, 회원국들에게 ▲저장 목표 유연화 ▲충전 시기 분산 ▲회원국 간 정보 공유 강화 등을 통해 공황(panic)성 추가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한국처럼 ‘가격상한제’ 같은 구조적 조치 대신 단기 시장 안정을 위한 신호·소통에 초점이 모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