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이상현 편집위원] 한국은 이미 극초음속 발사체 기술개발에 성공했지만, 이 기술이 주로 미사일에 활용되기 때문에, 군사용・민수용 상관 없이 군사안보 동맹국인 미국보다 먼저 제품화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민간항공기에 극초음속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도 이미 진행되고 있지만, 군사안보 관련 전략기술인 점 때문에, 예산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고 장기 연구과제에만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20일(서울 시간) 기자와 만나 “한국 국방과학연구소가 마하 6 수준의 극초음속 발사체 기술을 확보했지만 미국과 조율을 위해 방위산업 제품화가 유보됐고, 민수용 극초음속 항공기 엔진 개발도 준비 중이지만 기약이 없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소형 위성용 우주발사체 제조와 발사서비스 스타트업인 이노스페이스 김수종 대표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극초음속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군사안보 등 여러 이유 때문에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1979년 체결된 ‘한미 미사일 지침(Missile Guidelines)’은 2021년 ‘문재인–조 바이든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히 종료됐다.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미사일을 포함한 방산 분야, 우주 발사체 및 위성에 본격 힘을 쏟기 시작한 것과 무관치 않다.
극초음속 기술에 관한 최고 선진국인 러시아와 미국과 견주자면 “러시아는 이미 쏘고 있고, 미국은 완성도를 높이는 중이며, 한국은 이제 따라가기 시작한 단계”로 요약된다.
한국 국방부, 2035년까지 극초음속 발사체 군 전력화 추진
한국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 2024년 이중모드 램제트 엔진을 활용, 고도 23km에서 마하 6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비행체(하이코어) 시험에 성공했다. 한국 국방부는 오는 2035년까지 극초음속 미사일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공군이 록히드마틴 등과 함께 스크램제트 기반의 극초음속 미사일 프로그램(Hypersonic Air-breathing Weapon Concept)을 진행해왔다.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정밀유도·센서·네트워크 통합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다만 실전 배치가 지연되면서 군사 전력화 수준이 경쟁국 러시아에 못미치거나 일부러 능력을 감추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0년 전부터 스크램제트 기술을 기반으로 극초음속 발사체 기술을 개발해온 러시아는 이 분야에서 단연 앞서있다. 2026년 현재 다양한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 및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중 가장 속도가 느린 지르콘 미사일은 마하 9~10, 킨잘 미사일은 마하 10, 아방가르드 미사일은 마하 20에 이른다.
민간도 수요가 없어 극초음속 기술 상용화는 먼길
한국이 극초음속 발사체 관련 기술을 일정 수준 확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실전 배치된 미사일로 입증된 러시아 기술에는 크게 미달하는 수준이다. 민간항공기에 극초음속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수요가 많지 않아 기업 투자나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한국 국방과학연구소의 미사일용 극초음속 개발 기술은 민간 항공기용 극초음속 기술과 결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극초음속 발사체 기술이 정부 차원에서도 개발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정부 관계자는 “극초음속 발사체 기술은 개발비용이 많이 들어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도 “한국 항공우주연구원와 중장기 추진과제로 잡아 놓고 우선 극초음속 엔진 개발부터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초기 극초음속 발사체 엔진 기술 시험에 성공했지만, 국방 분야든 민간 분야든 수요가 없다면 결실을 맺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극초음속은 통상 기존의 유도 미사일 비행속도인 마하 4~5를 훨씬 웃도는 10 이상의 매우 빠른 속도를 가리킨다. 발사체가 주로 대기중을 비행하기 때문에 큰 공기저항에 직면, 발사체 동체도 구조적으로 더 강해야 한다. 마찰을 견딜 소재 기술 역시 녹록치 않은 기술이다.
한국 정부, 군사용 전략기술 대거 민간 이전
미사일은 속도제어를 특별히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한 극초음속 기술, 공기저항 및 열 극복 등 원천기술도 많이 개발돼 있는 상태다.
정연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우주모빌리티 팀장은 20일 기자와 만나 회사의 위성 사업을 설명하면서 “정부가 군사기술로도 활용 가능한 로켓, 우주, 항공, 드론 등의 사업을 대거 민간에 이관하면서 제조 강국인 한국의 잠재력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우주항공청 박순영 재사용발사체 프로그램장(공학박사)는 기자에게 “미 항공우주국(나사) 출신인 존리 우추항공청 초대 임무본부장(차장급)은 민간과 공공, 정부가 전략기술을 긴밀하게 협력해 빠르고 합리적인 기술개발과 자금확보 모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소재・엔진 기술이 극초음속 핵심 경쟁력
통상 극초음속 렘젯(Scramjet, Supersonic Combustion Ramjet)은 마하 5(음속의 5배) 이상의 속도에서 비행하는 극초음속 비행체에 사용되는 핵심 엔진 기술이다.
기존 램젯 엔진이 공기 흡입 후 아음속(마하 1 미만)으로 속도를 낮춰 연소시키는 것과 대조적으로, 스크램젯은 유입된 공기가 초음속 상태를 유지하며 연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속비행 때 압축된 공기(램 압축)에 연료를 분사해 연소시키며, 이 과정에서 초음속 기류를 유지해 마하 5 이상의 고속에서도 추력을 발생시킨다.
극초음속 발사체 엔진은 이미 초음속 속도에서 불을 붙이는 것이므로 난이도가 매우 높다. 극심한 공기 마찰로 열과 화학반응을 견디는 특수 소재가 필수적이다. 다만, 연료와 산화제를 같이 싣고 날아가야 하는 우주발사체와 달리 대기 중의 산소를 이용하므로 산화제를 따로 싣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당연히 우주발사체 로켓에 견줘 무게가 가볍고 장시간 추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상현 <엔트로피타임즈> 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