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ㆍ칼럼

[e칼럼] 대만의 위기에서 배워야.. 에너지 안보는 생존의 문제다

2022년 겨울, 아열대의 섬 대만에서 들려온 비보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갑자기 찾아온 혹한의 날씨속에 수백 명의 동사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단순히 기상 이변의 비극을 넘어 한 국가의 에너지 시스템과 인프라가 외부 충격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당시 대만에 가스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었지만 가스를 전력과 난방으로 전환해 국민을 보호할 '구조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 핵심이었다. 미국과 이란간 전쟁과 중동의 위기는 대만에 또다른 시련을 안겨준다.

 

 '14일의 골든 타임', 대만의 아킬레스건

대만의 에너지 구조는 '위태로운 외줄타기'와 같다. 전력 생산의 절반 가까이를 액화천연가스에 의존하면서도 이를 저장할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만의 LNG 비축량은 고작 11~14일분 내외다. 만약 지정학적 갈등으로 해상 봉쇄가 발생한다면, 대만의 산업과 민생은 보름을 버티지 못하고 멈춰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만의 TSMC는 소요되는 에너지의 전량을 LNG 발전기로 생산한 전력에 의존한다. 이는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국가가 '경제성'과 '탈원전'이라는 명분에 매몰되어 '안보'라는 기초 체력을 소홀히 했을 때 어떤 위기에 직면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중동 의존도와 지정학적 리스크

더 큰 문제는 공급망의 불확실성이다. 대만 LNG 수입의 상당 부분은 카타르를 포함한 중동 지역에 쏠려 있다. 2024년 기준 대만의 도입 물량 중 카타르, 오만 등 중동 물량의 비중이 40%를 넘는다. 이는 중동 물량의 비중이 20%로 낮아진 우리와 비교된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대만의 에너지 안보는 요동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산 LNG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인프라 확충을 둘러싼 내부 갈등과 정치적 논쟁은 안보 시계를 늦추고 있다. 에너지 안보에는 '나중에'가 없다. 위기가 닥친 뒤의 대책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 에너지 확보는 비용 아닌 투자

다행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LNG 저장 인프라와 30~45일 이상의 비축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만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엄중한 경고를 던진다.

 

첫째, 에너지 믹스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특정 에너지원에 과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그 자체로 리스크다. 둘째, 도입선의 다변화와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목적지 제한이 없는 유연한 물량을 더 확보해 비상시 '카고 스왑' 등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셋째, 국내 자원 개발에 대한 의지다. 비상시 자유롭게 들여올 수 있는 물량을 더 확보해야 한다. 지금도 호주, 캐나다 등에서 자체 지분 물량을 가지고 있지만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

 

일본이 에너지 위기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이유는 해외에 지분 물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본은 위기를 이용하여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우리는 국내.외 자원 개발에 더 투자해야한다. 자원은 단순한 경제적 가치를 넘어, 비상시에 국민을 지킬 최후의 보루가 되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국가 경제의 혈액이며, 안보는 그 혈액을 돌게 하는 심장이다. 대만의 아픔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우리는 에너지 안보를 경제적 논리가 아닌 국가 생존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비축 시설을 짓고 자원을 탐사하는 비용은 버려지는 돈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보험료'다. 평화로운 시기에 위기를 대비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만이 우리 공동체의 안녕을 보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