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의 왕' 타잔이 나무 사이를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비결은 단순하지만 명확하다. 바로 새로운 넝쿨(줄)을 완전히 움켜쥐기 전까지는 절대 기존의 줄을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타잔이 공중에서 새 줄을 잡기도 전에 기존 줄을 놓아버린다면, 그는 추락하여 늪 속의 악어 밥이 되고 말 것이다. 최근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시장의 혼란은 우리에게 이 ‘타잔의 법칙’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기후변화 대응과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은 우리가 가야 할 ‘새 줄’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줄을 온전히 잡기도 전에 우리 경제의 근간인 ‘기존 줄(석유·가스)’을 소홀히 다룬다면, 우리 경제는 에너지 수급 불능이라는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흔들리는 줄, 중동의 경고 현재 우리가 쥐고 있는 줄은 몹시 흔들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 위기와 카타르의 불가항력 선언으로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약 20%가 즉각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걸프 지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시장은 이번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에너지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와 LNG는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연료’라는 이미지에
"뭣이 중헌디?" 2016년 영화 <곡성> 속 어린 소녀의 날카로운 일갈은 10년이 지난 2026년 오늘,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심장을 향해 비수처럼 꽂힌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양상 속에 이란이 ‘세계의 숨통’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는 말 그대로 곡성(哭聲)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유가는 순식간에 배럴당 $80를 돌파했고, 물류는 마비됐다. 이 아비규환의 정점에서 우리는 뼈아픈 질문을 마주한다. 우리 경제에 진정으로 ‘중헌 것’은 1원이라도 싼 가격표였나, 아니면 국가의 생존을 담보할 에너지 안보였나. 경제성의 함정, 안보의 절벽 우리는 그동안 ‘경제성’이라는 환상에 취해 있었다. 2025년 기준, 우리의 중동 원유 의존도는 72.4%에 이른다. 액화천연가스(LNG) 역시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전체 수입량의 30% 이상을 중동의 좁은 해협에 의지해 왔다. 이유는 단순했다. 중동산이 ‘가장 싸고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 ‘경제적 선택’의 대가는 혹독하다. 호르무즈 해협이 닫히면 당장 국내 정유사와 발전소는 가동 중단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에너지는 소비재가 아니라 국가의 혈액이다. 100원을 아끼려다
[엔트로피타임즈=임종순 칼럼니스트] "강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자는 겪어야 할 일을 겪는다." 24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통해 우리에게 비정한 진실을 전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이 문장을 인용한 이유는 명확하다. 스스로 지킬 실질적인 국력과 전략적 영리함이 없는 국가의 정의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이 '현실주의'의 교훈은, 오늘날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미·중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기후 위기가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변모하는 시대에, 에너지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주권을 결정짓는‘힘(Power)’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냉혹한 국제 질서 속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최근 발표된 매킨지의 ‘2025 액화천연가스(LNG) 구매자 설문조사 보고서’는 우리에게 중요한 전략적 힌트를 던져주고 있다. 가격 임계점 8달러($) : 폭발하는 수요와 기회의 창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LNG 시장은 2025년 이후 대규모 공급 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구매자 우위(Buyer's Market)'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임종순 칼럼니스트] 역사에 ‘만약’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끔 '만약'을 상정하고 역사를 이야기한다. 히틀러가 안 태어났다면 2차 세계대전은 없었을까? 트럼프가 없다면 지금 지구촌은 조용할까? 이렇듯 여러 가지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 수 있겠다. 최근 2010년대 미국의 신에너지 정책과 우리나라 자원 개발정책의 엇박자를 알게 되었다. 여기에 알래스카 LNG 개발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까지 더해지니 역사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특히 2010년대 저유가 기조를 지향하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신에너지 정책과 같은 시기 우리나라 자원개발 정책이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정책의 엇박자는 우리 경제에 복잡한 영향을 끼쳤고, 앞으로의 에너지 정책 수립에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고 본다. 힐러리 클린턴의 신에너지 정책은 셰일 혁명을 통한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국제 유가 하락을 야기했다. 반면, 우리의 자원개발 정책은 고유가 기조를 바탕으로 해외 자원 확보에 집중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 시장 변화 예측 실패: 우리는 고유가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해외 자원
[임종순 칼럼니스트] 연초부터 그린랜드 합병을 둘러싼 트럼프의 언행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하여 미국을 중심으로 결성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정작 미국의 패권 욕심으로 붕괴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금의 국제정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19세기 영국의 외무부장관이었던 헨리 존 템플(Henry John Temple)의 의회 연설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우리에겐 영원한 동맹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 오직 우리의 이익만이 영원하며, 그 이익을 따르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 1848년 3월 1일, 그가 남긴 말이다. '1848년 유럽 혁명'의 발발 1848년은 유럽 전역에서 자유주의와 민족주의 운동이 불길처럼 번진 '제국들의 봄‘ 시기였다. 프랑스에서는 2월 혁명으로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정이 들어섰으며,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독일 등지에서도 혁명이 일어났다. 영국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 특정 국가(동맹)의 편을 들기보다, 상황에 따라 영국의 국익에 가장 유리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유연함이 필요했다. 특정 국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선택’ 영국 하원에서는 헨리 존 템플의 외교 정책이 너무 일관성이 없고 독단적이라는 비판
[엔트로피타임즈] 우리는 중세시대를 교황의 시대라고 부른다. 왕권에 밀려 교황이 아비뇽에 피신한 시기를 제외하고 종교개혁 이전까지 중세시대 교황의 권위는 절대적이었다. 14~15세기 지리상의 발견으로 해상 패권과 식민지 쟁탈에 대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대립이 격해지자 교황이 나섰다. 토르데시야스 조약을 체결, 신생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 분쟁의 경계선을 그어준 것이다. 그 결과 아메리카 동부지역은 포르투갈에 귀속됐고,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된다. 토르데시야스 조약과의 평행이론1494년, 식민지 쟁탈을 벌이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교황의 중재 하에 토르데시야스 조약(Treaty of Tordesillas)을 체결했다. 이 조약은 당시로서는 '지구 반대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를 대고 세계를 반으로 나눈 초유의 사건이었다. 이후 아프리카 지역에서 자를 대고 식민지를 분할하는 서구 제국주의의 나쁜 선례가 됐다. 그로부터 600년이 지난 지금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토르데시야스 조약을 통해 제3국의 대서양 진출을 막으려 했던 것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서경 20도라는 명확한 선을 그어 중국의 일대일로(
[엔트로피타임즈=임종순 칼럼니스트] 지금 세계는 살벌한 글로벌 주도권 싸움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미국의 베네주엘라 침공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벌어지는 패권 전쟁은 연일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글로벌 주도권’과 ‘헤게모니’다. 단어 자체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만, 그 의미의 깊이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특히 일본,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3국은 이러한 담론에서 직접 언급될 만큼 영향력이 큰 국가들이기에, 그 배경과 향후 추이를 살펴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에 앞서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바로 헤게모니에 대한 고찰이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안토니오 그람시는 사회 지배 구조를 헤게모니 개념으로 설명했다. 헤게모니는 단순히 물리적인 힘이나 강압적인 통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 계층이 피지배 계층의 자발적인 동의와 협력을 얻어내는 과정을 의미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람시는 지배 계층이 헤게모니를 확립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사용한다고 보았다. 문화적 헤게모니: 예술, 문학, 종교, 교육 등 다양한 문화적 영역에서 지배적인 가치관과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