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ㆍ칼럼

[엔트로피 網] “전쟁 언제 끝나요?…곧, 하지만 더 큰 게 올지도 몰라요”

이념이나 가치 위한 전쟁은 없다
세계의 복잡성 파고들어야 생존
초식동물에게 생존 전쟁은 일상
종전 이후 더 큰 위협 등장 가능

 

기자에게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은 도대체 언제 끝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분들의 90%는 사실 기자가 대답하려고 숨을 고르는 순간 이미 다른 얘기를 꺼낸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나머지 10%, 그러니까 기자의 대답을 진짜로 듣기를 원하는 분들에 대한 보고서다.

 

종전 이익이 더 커졌을 때 전쟁이 끝난다

먼저 이런 질문을 하는 심리상태를 추정해 본다. 대부분 ‘단기간에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동시에 ‘단기간에 끝날 수 있는 전쟁’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안타깝고 미안하게도 이런 갸륵한 마음과 순박한 기대는 하나의 잘못된 가정에서 시작된 것 같다. 얼추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땅 욕심이 많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가 너무나 잘 버텨 강대국 러시아의 완전한 점령을 성공적으로 막고 있다”는 서사도 이런 가정에 깃들어 있기도 하다. 게다가 “러시아는 유럽 지향적이고 선량한 우크라이나 하나도 제대로 점령하지 못하는 ‘종이 호랑이(실제 한국 언론은 이런 표현을 썼다)’에 불과하다”는 서사도 간혹  소개된다.

전쟁의 원인, 좀 더 구체적으로 당사자들이 전쟁을 감행하게 된 이도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가정이 나온다. 입장 바꿔 내가 전쟁 당사자라면 어떨지 생각해보면 잘못된 가정임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우선, 전쟁을 치르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만일 개인에게 그런 비용을 들여 전쟁을 수행할지를 묻는다면 매우 보수적으로 판단할 것이다. 가급적 전쟁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우리는 특정 국가권력을 장악한 집권 세력들이 나라 곳간에서 막대한 돈을 빼내 전쟁을 치르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추론해야 한다.

 

전쟁 당사국 지도자는 안다…뭐가 이익인지, 몇명이 죽을지

요즘 어느 나라나 독립연구자인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 전문성을 구매하는 세력으로부터 보수를 받고 보고서를 만들어 주는 용역 사업자들이 대부분이다. 진실이 공중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런 사업자들은 합리적 추론 결과를 숨기거나 사실(또는 진실의)과 정반대인 논지를 펴기도 한다.

가령 국제사회에서의 지위와 주도권, 영향력, 가진 힘에 상응하는 명분과 책임 등을 따지지 않고 보편적 갈등담론으로 전쟁을 논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본다. 이런 판소리, 만담같은 접근은 구수하고 그럴듯하다. 하지만 세계 최강의 무기체계와 전쟁경험을 통해 축적된 무기체계 운용능력을 갖는 강대국들이 왜 적을 일거에 무력화 시키지 못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전쟁의 전모를 합리적으로 추론하려면, 전쟁의 득실을 따져야 한다. 어떤 전쟁도 이념이나 가치 때문에 치러지지 않는다. 이념이나 가치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바치도록 인민을 호도하는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전쟁비용은 투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투자를 통한 기대수익을 추정해야 한다. 전쟁 여부를 결정할 지위나 직책의 정치지도자라면 한 발에 몇천억원짜리 미사일을 쏴대며 사람을 죽여 비난받는 전쟁을 도대체 무엇 때문에 수행할지 거듭 되묻고 또 되물을 것이다. 이미 전쟁을 감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더라도 전황을 냉정하게 분석, 계속 비용(투자)을 들여 지속할 지를 실시간 검증할 것이다. 

하지만 전쟁 당사국 지식인이 아니거나 전쟁 관련 의사결정 당사자가 아니라면 그가 아무리 해박하고 폭넓은 식견을 가진 지식인이라고 해도 결코 당사국 의사결정 책임자처럼 생각할 수는 없다.

 

두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모두 미국이 직접 연루돼 있다. 단일 패권국인 미국의 결정 없이 어떤 전쟁도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자생적, 우발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하지만 그 사연을 누가 정확히 알겠는가) 캄보디아와 태국의 국경분쟁도 미국이 “중단하라”고 하면 중단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걸프 전쟁은 당장 끝나더라도 여파가 오래 갈 것이다. 이 대목에서 무슨 냄새를 맡아야 한다. 바로 석유냄새다. 두 전쟁은 바로 국제유가를 일정한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기획된 것들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충돌, 이란의 핵능력 등은 기획에 등장하는 소품들일 뿐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에너지 대국들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화석연료 수출국가다. 러시아는 그 뒤를 잇는다.

두 나라는 두 전쟁 덕분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더 많이, 훨씬 더 비싸게 팔아 많은 이익을 축적했다. 전쟁 지역이 우크라이나냐, 걸프만이냐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두 전쟁의 승자가 미국과 러시아라는 사실만 분명하다. 미국 우방국 납세자들은 미국과 러시아의 돈잔치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처지가 됐다. 멈춘 화석연료 제조 시설을 다시 정상적으로 가동하려면 당장 전쟁이 끝나도 최소 몇년은 걸린다. 

 

EU 회원국 납세자들이 급증한 국방예산 허락해야 종전

<뉴욕타임즈>의 보도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도발한 정황들이 드러났다. 그러니 러시아가 아무 이유 없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따위 칼럼을 읽을 시간에 잠을 자라.

이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다. 전쟁 결과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사분오열 됐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들여오던 러시아의 천연가스는 중국과 인도로 향했고, 미국은 유럽에 엄청난 양의 액화천연가스(LNG)를 팔게 됐다. 이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출구에 접어든 건 확실하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백화점, 재래시장에서 ‘마감할인’과 ‘떨이’를 떠올려 보자. 종전 시기는 누가 결정하는가. 다시 또 미국이다. 

종전의 시기를 가늠짓는 변수는 뭔가. 미국의 이익이 극대화 되는 지점이다. 4월 현재 극대화 됐는가. 아니다. 미국의 ‘마감할인’과 ‘떨이’는 바로 동맹국에게 ‘개평(남의 몫에서 조금씩 얻어가지는 공것)’을 챙겨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두 전쟁은 미국이 수십년간 재갈을 물리고 목줄을 채워 다니던 2차 세계대전 패전국들의 재갈과 목줄을 풀어주는 중요한 계기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은 재무장 중이다. 총칼을 녹여 만들던 쟁기를 다시 녹여 드론과 미사일을 빚어내고 있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나토 회원국들은 각자 정부가 납세자의 국방예산 급증에 대한 의회 동의를 얻어내는 순간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속돼야 한다. 러시아가 명백한 위협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마지막 단 한 명의 우크라이나 국민이 남아 있을 때까지 전투가 치열해야 한다.  

 

소프트파워 포기하고 에너지 패권 강탈한 미국

러시아 견제비용을 유럽에 떠넘긴 미국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이제 중국 약화시키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됐기 때문만이 아니다. 에너지 패권을 서아시아 산유국 카르텔에서 제대로 빼앗았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해 4월 집권2기를 맞은 트럼프가 전쟁을 일으킨다면 단연 이란일 것이라고 넘겨짚은 적이 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이란 전쟁은 미국이 화석에너지 주도권을 걸프 국가들을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으로부터 완전히 빼앗으려는 구도에서 기획됐다. 오늘 당장 걸프전쟁이 끝나도 중질유 제조시설과 에너지 물류항로의 복구에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이란이 핵무기를 만든다고 이미 비공식 핵무기 보유국인 이스라엘을 협박한 적이 있었나. 그런 적 없다. 이란은 평화로운 원자력 에너지 이용의 권리만 주장했을 뿐이다. 트럼프, 아니 미국에게 ‘불량국가의 전략무기’는 전가의 보도다. 없는 전략무기도 이라크 파괴와 점령의 명분이었다.

더욱이 미국의 이번 이란 침공은 협상 중에 감행됐다. 체면이고 명분이고 다 필요 없어진 미국이다. 그런데 가장 타격을 받을 것으로 여겼던 중국은 왠걸,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미 적당한 에너지 포트폴리오와 러시아 에너지의 수혈로 피해를 막았다.

서아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최고 수준이면서 미국 알래스카LNG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투자결정(FID)에 소극적인 한국, 일본은 엄청난 구정물을 뒤집어 썼다.

 

사실 전쟁은 멈춘 적이 없다…그렇게 믿고 싶었을 뿐

미국은 유럽지역에서 독일에게 ‘개평’을 줬듯,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을 위해 재갈을 풀고 목끈도 제거해 줬다. 일본은 무기수출 제한을 해제했고, 미국으로부터 살상무기 수출도 허락을 받았다. “이제 아시아에서 그간 미국이 했던 역할을 맡아 달라”는 트럼프의 제안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현란한 드럼 소리에 쾌재의 기쁜 함성을 숨겼다. 그리고 독일처럼 그간 베일에 숨긴 군국주의 발톱을 다시 꺼내 들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국내정치는 가까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잘 식별이 된다. 하지만 정치성향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말을 아낀다. 하지만 물리적・심리적으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외교・안보는 외려 큰 부담없이 자기 느낌을 가감없이 표출한다. 맞든 틀리든 별로 개의치 않는다. 저 멀리 간신이 실루엣만 보이는 새가 비둘기인지, 까마귀인지 사실 검증할 방법도 없지 않은가.

전쟁이 언제 끝날 지에 대한 궁금증은 사실 자신의 삶과 관련이 있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해소하려 할 것이다. 해소 과정에서 국가와 국경, 외국의 개념 역시 달라짐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서울로 날아오는 운석을 천궁2 미사일로 요격하는 결정을 직접 내려야 한다. 경로를 바꾼 운석이 도쿄로 향해 1000만명의 일본인을 죽여도 그리 결정해야 한다. 그게 국가요, 국경이요, 국가 지도자다.

전쟁 종결 시점을 추론할 때는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 더욱이 종전이 언제든 상관 없이 우리나라가, 우리기업이, 우리 가족이, 내가 뭘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다.

군국주의 부활로 강대국 대열에 들어서는 독일과 일본의 환심을 살 궁리를 해야 할 때인가. 우리 자녀들에게 여전히 불확실성과 수동성, 종속변수로 짜여진 알고리즘의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 

 

이상현  <엔트로피타임즈> 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