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 e법칙] "미국 월등한 군사력 과시, 전략목표 달성엔 실패"

주요 미국언론들, 트럼프 행정부의 서아시아 분쟁 냉혹한 평가
일극패권 유지 위해 전략 없이 무모한 군사력 투사 "안타깝다"

 

2026년 2월 28일에 발발한 미국, 이스라엘, 이란 간의 전쟁에 대한 미국민들의 평가는 무엇인가 ?

 

미국과 이스라엘은 개전 당일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전역의 수백 개 군사 목표물을 대상으로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였다.  개전 첫날 가해진 공습으로 이란의 최고 지도부를 포함한 핵심 인물들이 사망하거나 중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후 양측은 5주 이상 치열한 교전을 지속하였다. 그리고, 최근 파키스탄의 중재를 통해 2026년 4월 8일부터 2주간의 임시 휴전이 선포된 상태다.

 

2026년 4월 15일 현재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이나, 분쟁의 완전한 종결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문제와 이란 내 핵 시설에 대한 검증 절차를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여 긴장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패권주의(Hegemonism)에 빠진 미국

 

  이번 전쟁의 도화선은 외교적 필연성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의 산물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끈질기게 회유하며 이란의 위협을 실존적 공포로 각인시킨 과정은 전쟁의 방아쇠가 되었다.

 

네타냐후는 중동 내 이스라엘의 패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미국의 화력을 빌려 이란의 핵 시설과 군사 인프라를 무력화하려 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미국 우선주의'의 강력한 과시 기회로 삼았다. 그 결과 미군은 전례 없는 정밀 타격과 압도적인 해·공군력을 동원해 이란의 심장부를 강타했다.

 

그러나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진 현재, 미국 내 주요 언론들은 이 전쟁이 거둔 '전술적 파괴'가 과연 미국의 '전략적 이익'으로 전환되었는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조가 많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가 진단하는 이 전쟁의 민낯은 막강한 화력(군사력) 뒤에 숨겨진 전략적 빈곤을 잘 드러내고 있다.

 

  CNN의 진단 : "파괴된 인프라와 꺾이지 않는 저항 의지"

 

  CNN은 미군이 이란의 물리적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테헤란의 전략적 선택을 바꾸는 데는 실패했음을 명확히 했다. 압도적인 무력 행사가 오히려 적의 복원력을 강화하는 역설적 상황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테헤란은 워싱턴의 전략적 계산을 능가하며 붕괴에 저항하고 있다. 강력한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지역 전반에 걸쳐 보복을 이어가며, 신속한 승리를 예상했던 백악관의 초기 기대를 저버리는 놀라운 복원력을 입증하고 있다." (CNN 분석 기사 중)

 

CNN은 정보 당국자들의 말을 빌어,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 절반 이상이 여전히 온전하며 수천 대의 자폭 드론이 언제든 호르무즈 해협을 마비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아무리 정밀한 타격이라도 한 국가의 생존 의지와 그들이 구축한 비대칭 전력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대전의 뼈아픈 교훈을 시사한다.

 

  뉴욕타임스(NYT)의 비판 : "엔드게임(End-game) 없는 위험한 도박"

 

  <뉴욕타임스>는 이번 전쟁이 명확한 종전 계획이나 정치적 목표 없이 '군사적 관성'에 의해 추진되었다는 점을 강력히 비판한다. 전쟁의 명분이 시시각각 변하는 현상은 행정부 내부의 혼란을 그대로 방증한다.

 

"일관성 없는 타임라인과 낙관적인 평가의 홍수는 미 행정부의 기획 및 전략 부족, 그리고 수단과 목적의 불일치를 더 이상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해상 교통로의 위협을 과소평가하여 스스로를 더욱 위태로운 위치에 몰아넣었다." (NYT 사설 중)

 

 

<NYT>는 특히 이란의 핵 시설 파괴라는 목표가 달성된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중동 질서를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답이 부재하다는 점을 꼬집는다.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넘어선 구체적인 안정화 로드맵이 없는 상태에서의 전쟁은 결국 제2의 아프가니스탄, 혹은 그 이상의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워싱턴포스트(WP)의 경고 : "전략적 목적을 상실한 맹목적 타격"

 

  <워싱턴포스트>는 전쟁이 정치의 연장이 아닌, 파괴 그 자체가 목적으로 변질된 상황을 우려하며, 미국의 도덕적 권위 실추와 동맹국들의 이탈로 이어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쟁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순간, 그것은 목적을 상실한 것이며 더 이상 전략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무언가를 때리고 있을 뿐이다.(You are just hitting things)" (WP/War on the Rocks 기고문 중)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웠던 '전쟁 없는 시대'의 공약이 네타냐후의 회유와 단기적인 패권적 욕망에 의해 무너졌음을 지적한다. 미국이 일방적인 무력 행사를 통해 국제 사회를 압박하는 방식은 오히려 중동 내 우방국들조차 등을 돌리게 만드는 전략적 악수를 초래했다는 평가다.

 

 

   일극 체제의 종언과 '공생공영(共生共榮)'의 새로운 질서

 

  이번 미국-이란 전쟁은 월등한 군사력이 반드시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미군의 첨단 무기는 적의 건물을 무너뜨릴 수는 있었지만, 증오의 불씨를 끄거나 지속 가능한 국제 질서를 세우지는 못했다. 지금 국제 사회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약탈적 패권주의'가 맞이한 한계 상황이다.

 

과거의 일극 체제나 냉전적 사고방식에 기반한 진영 정치와 패권 정치는 더 이상 21세기 국제 관계에서 설 자리가 없다. 관세 폭탄이나 보호무역 조치, 그리고 대화와 타협을 배제한 일방적인 군사력 행사는 일시적으로 억지력처럼 보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더 큰 저항과 불확실성을 낳을 뿐이다.

 

힘에 의한 강압은 결코 설득력을 가질 수 없으며, 특히 ‘어떤 특정한 문명을 없애버리겠다’는 등의 무모한 발언은 도덕적 합리성이 결여된 패권적 주장으로 그 설득력과 정당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다양성과 상대주의, 공존과 공영의 세계로

 

  우리는 이제 국제적 평화주의와 상대주의와 다양성, 그리고 공존과 공영의 가치를 중심에 둔 새로운 비전을 세워야 한다. 지구촌은 어느 한 국가의 일방적인 지배 아래 놓인 평면적 공간이 아니다. 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국가들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상대주의적 관점'이 전제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평화의 문이 열린다.


미국이 진정한 리더십을 회복하는 길은 무력의 과시가 아니라, 호혜주의에 기반한 대화와 타협의 리더쉽을 발휘하는 데 있다.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힘의 논리'를 버리고, 서로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공생공영(共生共榮)'의 전략적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일방적 조치라는 경직된 낡은 칼을 내려놓고, 도덕적 우월성과 합리적 설득력으로 국제 사회를 이끄는 ‘책임감 있는 리더’, 경직된 ‘하드파워’가 아니라 부드러운 '소프트파워'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중동의 평화, 나아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는 타격을 통한 파괴가 아니라, 상호 존중과 공존을 향한 책임감 있는 기여와 결단에 달려 있다.

 

이번 전쟁이 남긴 뼈아픈 교훈은 ‘약탈적 패권주의’는 미국을 위해서도 세계를 위해서도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 인류는 일극 체제의 유령을 떠나보내고 다양성과 공존공영(共存共榮)의 가치가 살아 숨 쉬는 상호존중의 평화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그것만이 끝없는 전쟁의 굴레를 끊어낼 유일한 전략적 방향이다.

 

황상규 칼럼니스트
ESG평가연구소장,  ISO26000한국전문가포럼 공동대표,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학 환경윤리학 박사 수료, , ‘사회책임의 시대‘(2013)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