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의 ‘한반도 비핵화’ 입장차 뚜렷…패권주의적 접근 경계

중, "한반도 비핵화는 여전히 꼭 필요한 목표"
러, "비핵화가 지역평화 필수 선결조건 아냐"

[엔트로피타임즈=이상현 편집위원]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비핵화를 둘러싸고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전문가는 “동아시아 평화와 공존을 위해 한반도 비핵화는 여전히 필요한 목표”라고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 전문가는 “동북아 평화와 공존이 반드시 비핵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자칭궈(아래 사진) 베이징대학교 교수는 18일(한국시간) 한국 통일부가 주최하고 광복80주년 기념사업회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공동 주관한 ‘2025 국제 한반도 포럼’에서 “한반도가 평화로우려면 관련 정책 의제에 오래된 국제적 목표인 비핵화가 포함돼야 하며, 비핵화는 북한의 안전보장과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세션에 나온 게오르기 톨로라야(아래 사진) 러시아 브릭스 국가연구위원회 상임이사(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아시아전략센터장)는 “동북아 평화와 공존이 반드시 비핵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톨로라야 상임이사는 특히 핵이 전쟁억지 수단임을 부각시키며 “지금은 비핵화 담론이 쓸모가 없다”고 말한 뒤 “동북아 지역 각국의 이해관계를 서로 존중하면서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학자의 견해는 강대국 위주의 핵무기 보유를 당연시 하는 구시대의 관성이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안전도 북한의 의지와 별개로 미국과 중국이 보장해줘야 하는 과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런 중국의 비핵화 인식은 단극(미국)패권 또는 양극(미중)패권 시대를 염두에 둔 컷으로, 북한이 중국을 불편해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반면 러시아 학자는 강대국이 핵보유 권리를 독점하면서 후발국들의 핵과 안보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민족자결주의’에 어긋나는 패권주의적 발상으로 본다. 핵무기 자체가 공멸의 상징이므로, 그 자체로 전쟁억지력이 있는데, 강대국들이 자신들 이외의 특정 국가들의 핵무기 보유를 빌미로 지정학적, 지경학적 이익을 위해 악용한다는 시각이다. 핵발전소 등 핵의 평화로운 이용도 핵보유국들이 좌지우지 하는 상황도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러시아는 지구촌 남반구(Global South)로 부르는 지구촌 다수(Global Majority)가 이런 독점적 패권주의에 불만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이 이미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한반도 비핵화’에 집착하는 것은 동아시아 지역안보에서 북한을 전쟁의 완충지대로 이용하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의심과도 연결된다. 반면 러시아는 비핵화 논리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누적적・영구적 제재라는 구시대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이런 식으로 북한을 이용해 지정학적 이익을 취하는 강대국들의 논리를 본격 비판하고 있다. 비핵화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비판이기도 하다.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이 같은 접근은 북러군사조약 등에서도 잘 나타난다. 북한은 스스로 군사안보를 책임지고자 하는 자신들을 러시아가 인정해준 데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학자 “지역평화 위해 ‘도발성 행동’ 자제해야…비핵화가 목표”

 

한반도 주변 국가들 사이에 적대감을 줄이고 평화적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신뢰 수준을 구축하는 것이 지역 평화를 위한 초석이며, 상대방이 도발로 인식할 만한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중국 학자가 지적했다.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적 역량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군사훈련을 강화하는 것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칭궈 교수는 18일 안보포럼에서 “언론을 통해 상대방에 적대적 언사와 적개심을 부추기며 국경 너머로 오물을 보내는 비우호적인 행동도 중단해야 남북한이 안정적이고 덜 위협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자칭궈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포괄적 해결을 위한 정책묶음협상(Pakage Deal)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오래된 국제적 목표인 비핵화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칭궈 교수는 비핵화가 북한의 안전보장과 병행돼야 한다는 전통적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6자회담 같은 다자협의체를 통한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학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념이나 가치보다는 이익을 중심으로 보는 관점을 주도, 국제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왔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자칭궈 교수는 “국제관계를 이념적으로 보면 보면 흑백논리이기 때문에, 선과 악처럼 좁혀질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톨로라야 “북 ‘붕괴 대상’ 아닌 유익한 ‘능동적 공존’ 대상으로 여겨야”

 

북한이 “한반도는 대한민국과 조선의 적대적 2개 국가”로 선언한 것은 역설적으로 북한의 고립성과 폐쇄성을 약화시키고 동북아시아 공동이익을 추구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러시아 학자가 주장했다.

 

러시아 학자는 동북아시아와 지구촌 전체의 공존과 평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갖고 볼 때, 동아시아 평화는  ‘6자 회담’을 통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톨로라야 센터장은 18일 안보포럼에서 “한국이 북한을 적으로 보는 한, 그리고 러시아와 비우호관계인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한 러시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톨로라야 상임이사는 이날 한국 통일부가 주최하고 광복 80주년 기념사업회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공동 주관한 ‘2025 국제 한반도 포럼’ 두 번째 전체 세션(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공존의 길)에 토론자로 나와 “주변 국가들과 국제사회와의 연대 없이 동북아시아 평화와 공존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톨로라야 상임이사는 동북아 평화와 공존이 반드시 비핵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은 비핵화 담론이 쓸모가 없으며, 동북아 지역 각국의 이해관계를 서로 존중하면서 평화를 유지하는 6자 논의의 장을 여는 것이 유용하고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동료인 소련 외교안보 전문가의 언론 기고를 인용, “한반도에서 전쟁이 중단된 적이 없다”며 “과거와 달리 지금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의 전쟁이 아닌 새로운 냉전, 곧 ‘동양과 서양의 전쟁’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그동안 미국과 한국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정작 한미는 북한이 붕괴될 것만 기대해왔다는 지적도 내놨다. 톨로라야 상임이사는 “북한은 한미에 대한 기대감이 완전히 무너지자 중러의 지원과 핵무기 보유를 통해 안정감을 찾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전 후 72년동안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에 따른 인명피해는 지구촌 전체를 볼 때 아주 미미한 상태”라며 “이런 동력으로 구축한 평화를 밑거름으로 ‘소극적 공존’을 넘어 동아시아 지역사회와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능동적 공존’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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