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동 돌입 미·중 협상.. ‘신냉전’ 방향 달라지나

고위급 접촉 재개…갈등에서 ‘관리 경쟁’으로 전환 조짐
공급망·기술 패권 둘러싼 긴장 속 협상 본격화에 기대감 커져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미국과 중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서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모양새다. 10월 들어 양국 간 고위급 접촉이 잇따르며 그동안 지속되던 긴장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양국이 대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협상 재개 움직임은 더욱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관세 충돌과 기술 갈등,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양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는 점은 그 자체로 중요한 변화로 평가된다. 로이터, 월스트리트 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이번 움직임에 대해 “전면 충돌로 치닫던 미·중 관계가 일정 수준의 관리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이는 관계 개선이라기보다 갈등의 강도를 조절하려는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양국은 여전히 핵심 산업과 안보 분야에서 강한 경쟁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재개되는 배경에는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양국 모두 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적 한계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관세·기술·공급망…복합적 이해관계 얽힌 협상
이번 협상은 과거와 달리 단일 이슈가 아닌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핵심 쟁점은 크게 관세, 첨단 기술, 그리고 공급망 안정으로 나뉜다.

 

먼저 관세 문제는 여전히 협상의 중심 축이다. 미국은 기존의 대중 관세 정책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며 일부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자국 산업 보호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전면적인 철폐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많다. 반면 중국은 수출 회복과 경기 부양을 위해 관세 완화를 요구하면서도, 협상에서 일방적인 양보는 피하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술 분야에서는 갈등의 성격이 더욱 뚜렷하다.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은 단순한 경제 영역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장비와 기술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며 기술 격차를 유지하려 하고 있고, 중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국 중심의 기술 자립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면서 기업들은 생산 거점과 투자 전략을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또 다른 핵심 변수는 공급망이다.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공급망 재편은 미·중 갈등 속에서 더욱 가속화되었으며, 특히 희토류와 같은 전략 자원은 양국 간 협상의 중요한 카드로 부상했다. 중국이 여전히 주요 원자재 공급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공급망 안정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전략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결국 이번 협상은 관세 협상을 넘어 글로벌 산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 협상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 ‘충돌’에서 ‘관리’로…변화하는 미·중 관계
이번 협상 재개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관계의 방향 변화에 있다. 지난 몇 년간 미·중 관계는 무역 갈등을 넘어 기술, 군사, 외교 영역까지 확대되며 사실상 ‘신냉전’으로 불릴 정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25년 들어 양국 모두 갈등의 비용을 보다 현실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공급망 불안을 완화할 필요성이 커졌고, 중국 역시 경기 둔화와 투자 감소 속에서 대외 환경 안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양국은 갈등 자체를 해소하기보다는, 충돌을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관리하려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양국은 여전히 핵심 기술과 안보 분야에서 경쟁을 지속하고 있으며, 전략적 견제 역시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협상은 ‘협력’보다는 ‘리스크 관리’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갈등의 종식이 아니라, 갈등의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세계가 이번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그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협상이 일정 수준의 합의에 도달할 경우, 관세 완화와 공급망 안정 기대가 커지며 금융시장과 무역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그것.

 

반대로 협상이 결렬되거나 갈등이 다시 격화될 경우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될 경우 산업별 공급망 분절화가 가속화되며, 기업들의 비용 부담과 투자 불확실성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반영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급망의 지역화, 블록화 현상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강화되고 있다.

 

현재 시장은 협상 결과 자체보다도 양국 관계가 어떤 구조로 재편되는지에 더 주목하고 있다. 단기적인 합의보다 중장기적인 경쟁 구도가 글로벌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