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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냐 탄소중립이냐.. 전력난 부른 중국 데이터센터 딜레마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석탄 발전 회귀 움직임 뚜렷
첨단 산업 육성이 오히려 기후 정책 흔드는 역설 드러나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전력 수요 역시 전례 없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AI를 미래 핵심 산업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에서는 데이터센터 확충이 급격히 늘어나며 전력 수급 문제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산업 성장의 부작용을 넘어, 탄소중립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이 오히려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정책 전반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 AI 시대의 그늘… 전력 수요 폭증 현실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즈는 최근 보도를 통해 중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전력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터센터는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다. 대규모 언어모델과 이미지·영상 생성 AI의 확산으로 연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서버를 구동하기 위한 전력 소비 역시 급증하고 있다. 특히 AI 학습 과정은 일반적인 데이터 처리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단일 데이터센터가 중소 도시 전체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력 수요 증가 속도를 재생에너지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지만,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생산량이 변동하는 간헐성 문제로 인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 저장 기술 역시 아직까지는 대규모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일부 지역에서는 석탄 발전 의존도를 다시 높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발전소의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신규 석탄 발전소 건설을 검토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는 탄소 배출 감축을 핵심 목표로 삼아온 기존 정책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흐름이다.

 

◆ 첨단 산업과 기후 정책 충돌… 구조적 한계 직면
현재 상황은 단순한 일시적 전력 부족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딜레마로 해석되고 있다. AI 산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전력 수요 역시 장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AI 산업 확대 = 전력 소비 증가”라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산업 육성과 환경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정책 간 충돌이 점점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증가가 주요 정책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 재평가나 가스 발전 확대 등 현실적인 대안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이는 AI 시대의 에너지 문제가 특정 국가를 넘어 글로벌 공통 과제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AI 산업 육성과 디지털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에 대한 대비가 충분한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가 집중되는 현상은 전력망 부담과 지역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이번 사례는 ‘미래 산업 육성’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반드시 양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초기에는 기술 발전과 산업 성장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그 기반이 되는 에너지 구조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히 기술 수준이 아니라, 이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에너지 체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