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뉴스=이상현 기자] 미국이 마약과 석유를 명분으로 베네수엘라를 군사적으로 침공, 현직 대통령 부부를 납치하고 사실상 이 나라의 주권을 강탈한 중요한 목표 3가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나름 군사력을 갖춘 마두로 정권이 맥없이 무너진 건 지구촌 단극 패권의 축인 미국과 이스라엘의 마지노선을 넘었기 때문이며, 베네수엘라 내부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작전이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3가지 목적은 각각 ▲베네수엘라의 강경한 친팔레스타인·반시오니즘 노선 ▲매장량 기준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탈 페트로달러(De-petrodollar)’ 노력 ▲마두로 정부가 추진해온 아르코 미네로(Arco Minero) 귀금속·광물 이권사업 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스라엘의 역린을 건드린 베네수엘라
이란 <타스님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오래전부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을 비난해왔다. 특히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이자 지방 정부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침공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반시오니즘(반이스라엘) 정책은 차베스 정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베네수엘라는 2009년 당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한 이래 현재 마두로 정권까지 단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차베스를 계승한 마두로 정권은 팔레스타인 ‘무장 저항권’을 공개 지지했다. 2024년 가자·레바논 전쟁 국면에서 베네수엘라는 ▲유엔 사무소 앞 대규모 집회 ▲반파시스트·반시오니스트 문화행사 ▲팔레스타인·레바논 인도적 지원 캠페인 등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주도했다. 마두로는 자주 “팔레스타인은 인류의 고향이며, 이스라엘은 제국주의”라고 주장해왔다.
2025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과거 이스라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 베네수엘라와 이스라엘 관계가 긴밀해지도록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것이다. 이스라엘 지지 활동의 일환”이라고 발언했다. 이와 관련, 하미드 다바시 컬럼비아대 교수는 “마차도는 파시즘, 시오니즘, 신자유주의가 결집한 세계적 동맹의 일원”이라며 “노벨 평화상 수상이 서구 제국주의의 도구이며 평화의 의미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의 이스라엘 성토는 서아시아(중동)에서 이스라엘·미국 패권에 정면 도전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엄청난 유대 자본이 후원하는 미국 정가는 ‘반시오니즘’의 상징이 된 베네수엘라를 너무너무 불편해 하는 이스라엘의 압력에 오랫동안 시달려온 셈이다.

미국, BRICS·위안·루블 결제 증가로 페트로달러 위기감
베네수엘라는 확인 매장량 기준 세계 최대급(약 3300억 배럴 이상 추정) 원유 매장국이다. 현 체제 유지 여부에 따라 향후 수십 년간의 국제 석유 결제 구조에 중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다.
투자자문 전문가 토마스 스톤(Thomas Stone)이 운영하는 1인 미디어 <터미널이코노믹스(terminaleconomics)> 등에 따르면, 마두로 정부는 미국의 제재로 서방 시장에서 배제돼 있는 상태다. 당연히 달러가 거의 없어 중국·러시아·이란 등과의 관계를 활용해 위안·루블 등 비달러 결제를 주로 해왔다.
2023년 러시아·인도·중국(가나다순)가 주도하는 국제기구 브릭스(BRICS)에도 가입신청을 했다. 브릭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안으로 신개발은행(NDB)을 키우고 있다. 다극화(Multi-polarization)의 경제 구심인 셈이다. 브릭스와의 에너지 협력 모색과 브릭스 가입 신청은 매장량 기준 세계 최대 산유국이 미국을 궁지로 몰아넣는 ‘탈달러·탈페트로달러’ 행렬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매장량 기준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BRICS+에 정식 편입되면, 미국 입장에선 이미 도전 받고 있는 페트로달러(원유 살 때 무조건 달러로 결제) 체제에 추가 충격이 불가피하다. 중국 주도의 위안화 결제망인 ‘초국경은행간결제시스템((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 CIPS)’과 브릭스 공동결제시스템을 통해 달러가 아닌 통화로 원유·광물 결제를 본격 시작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침공·정권교체 시나리오 관련 논평에서는 “야권·친서방 정부가 들어서면 베네수엘라 석유는 다시 달러로만 가격·결제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또 “베네수엘라는 또 하나의 이라크·리비아가 된다”는 표현도 등장한다. 이번 작전을 달러 패권 방어 차원에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은 이유다.

미국계 은행, 작전 직후 베네수엘라 금·은 등 전략광물 선점
베네수엘라 남동부 ‘아르코 미네로 델 오리노코(Orinoco Mining Arc, Arco Minero)’는 금·은·구리·희토류 등 전략광물이 대량 매장돼 있다. 이 신흥 광구의 잠재가치는 수천억 달러에 이른다.
이 지역 광물채굴권과 관련, 베네수엘라 정부와 다국적 기업 간 계약 파기·투자중재가 다수 있었다. 유럽·미주 법원에서 포르투갈 예치금 등 베네수엘라 자산을 동결·압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아르코 미네로 광물의 ‘법적 통제권’을 둘러싼 분쟁은 이미 켜켜이 쌓여 있는 상태다.
브라질의 지정학 전문가 페페 에스코바르는 자신의 유큐브 채널에서 “JP모건이 최근 미국의 대베네수엘라 군사작전과 마두로 연행 직후 거의 동시에 미국 금속 제련소·제련 프로젝트에 대한 약 80억 달러 규모 금융 지원을 발표했다”면서 “미국이 아르코 미네로 귀금속·전략광물 이권을 사실상 접수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JP모건이 은 공매도 포지션 거래로 입은 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아르코 미네로의 금·은·희귀금속을 ‘실물 담보’로 잡아 손실 위험 상쇄를 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구체적인 거래규모나 방식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누가 봐도 평화로운 군사작전”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급습 작전에 대한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래리 존슨은 최근 <DDDD(Daniel Davis Deep Dive)>에 중대한 장보를 공개했다. 그는 “세 개의 알파벳 기관(three-letter agencies) 중 하나의 자산(asset)이었던 보안기관 수장급 인물이 있는데, 그가 위험 부담 없는 델타포스 철수 작전을 주선했다”고 주장했다. 세 개의 알파벳 기관은 CIA와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NSA), 연방수사국(FBI)을 가리킨다.
‘카라카스 보름달 아래의 군사작전(Underneath a full moon in Caracas)’은 미 합동특수전사령부(JSOC가 진정한 비상 상황에서만 선택하는 방식이다. 래리 존슨은 “보름달 빛 아래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는 누군가의 생명이 위태로울 때 뿐”이라며면서 “마두로를 데려오는 데에는 시간 압박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보자면, 차베스에서 마두로로 이어지는 베네수엘라 정치지도자들이 자국 자본으로 조성한 자산을 몰수하는 등 전략적 안보이익을 노골적인 침해한 정황이 뚜렷하다. 더이상 참을 수 없는 임계치(red line)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인식한 베네수엘라 관료사회가 마두로를 제물로 바치고 나라를 망국의 위기에서 구출한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누가 봐도 평화로운 미국의 군사작전이 그런 추측을 뒷받침 해준다.

이상현 <엔트로피>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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