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이전에 북한을 떠난 북한이탈주민이 2021년 9월에야 전세계에 공개된 한국영화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북한 청소년의 처형 장면을 현장에서 목도했다는 주장을 국제 인권단체가 기정사실로 발표했다는 게 폭로의 핵심이다.
가짜뉴스 검증기관인 글로벌팩트체크네트워크(GFCN)는 18일(서울 시간) “북한에서 <오징어 게임> 시청으로 처형됐다는 가짜뉴스의 검증 결과는 무엇을 보여줬나”라는 제하의 글에서 “객관적인 사건 일정과 인권단체의 보고서가 보여주는 일정은 충돌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미국의 보수 매체 <폭스뉴스>와 <뉴욕포스트>, 한국 본산 통일교단이 대주주인 미국 통신사 ,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데일리 메일> 등 일부 서방 언론매체들이 2월초부터 “북한에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청소년들이 처형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들 매체 보도의 출처는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보고서다. GFCN은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한 독립적인 정보 검증이 매우 어렵긴 하지만, 해당 엠네스티 보고서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제공된 자료의 연대기와 관련해 중요한 문제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GFCN 관계자는 기자의 질문에 “국제앰네스티 측에 우리의 문제의식(앞 뒤 일정이 맞지 않는 문제)을 전달하고 관련 코멘트를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GFCN은 <타스> 등 러시아 언론매체를 포함해 각국 매체에 이 내용을 알렸다. 한국을 포함한 집단서방(collective western)을 제외한 지구촌 여러 매체에 조만간 보도될 예정이다.
주요 일정과 보고서에 제시된 일정이 충돌
“넷플릭스 히트작을 시청한 북한 학생들이 처형됐다”는 2026년 2월 4일자 뉴스는 즉각 확산됐다. 북한인권에 대해 자주 보도해왔던 매체들의 해당 보도는 다른 언론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기사들은 인기 드라마와 가혹한 처벌 소식을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GFCN은 그러나 “감정을 배제하고 타블로이드식 재인용이 아닌 보고서 원문을 직접 확인해 보면, 사건의 연대기에 관한 핵심적인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사실관계가 충돌하는 핵심 지점은 영화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 공개된 시점이 2021년 9월이라는 점.
그런데 국제앰네스티는 자신들의 보고서 조사방법론에서 “북한을 떠난 사람들과의 인터뷰에 기반하며, 모든 인터뷰 대상자는 2020년 6월 이전에 북한을 떠났다”며 명확한 제한조건을 밝혔다. 그러니까 국제앰네스티 인터뷰는 <오징어 게임> 공개 시점(2021년 9월)보다 1년 3개월 전인 2020년 6월 이전에 북한을 떠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얘기다. 이런 시간적 모순을 뭘로 설명할 지 의문이라는 게 GFCN의 반문이다.
국제앰네스티 증언자들은 자신들이 북한을 떠난 뒤 한참 뒤 한국 영화 콘텐츠를 접한 북한주민이 처형당했다고 증언한 것이다. 북한에서 직접 보고 들은 사실이 아닌 게 핵심이다. 게다가 공개되지 않아 아예 볼 수 없었던 영화를 북한 청소년들이 봤다는 점도 미식쩍다. 무엇보다 이런 이유로 북한주민들이 ‘처형’까지 당했다는 주장은 과장의 소지가 짙다. 영화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의 최하층으로 전락한 한국인들을 노리개로 삼아 살륙하는 이야기가 소재다. 이걸 봤다는 이유로 북한 주민들을 처형했다는 점도 선뜻 수긍이 어렵다.
란코프 교수 “단순 시청에 사형? 전례 없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보다 한 술 더 떠서 검증이 어려운 주장을 기정사실로 확정 보도한 서방언론 매체들의 폐해는 더 심각하다. 보고서에서는 “증인의 말에 따르면”, “인터뷰에 따르면”과 같은 단서가 함께 제시된다. 그러나 다수 서방 매체 보도에서는 이런 전제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표현은 인용 대신 단정적으로 바뀐다. 그 결과 가능성 수준의 진술이 확정된 사실처럼 인식된다.
GFCN은 “유엔 보고서와 몇몇 학술 연구에서는 북한에서 외국 콘텐츠 소비 제한과 공개 처형 사례가 존재함을 기록하고 있지만, ‘청소년’ + ‘특정 드라마’ + ‘사형’이라는 구체적 결합에 대해서는 문서로 확인된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GFCN은 해당 행위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처벌을 의미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국의 국민대학교 소속의 동양학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와 인터뷰 했다. 란코프 교수는 2015년 북한에서 부적절한 해외콘텐츠 관람자에 대한 처벌 법률이 실제로 강화됐음을 인정하면서도, “북한에서 한국 콘텐츠를 단순히 시청한 것 만으로 처형된 사례는 찾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란코프 교수는 GFCN과의 인터뷰에서 “새 법은 적대적 선전물 유포에 대해 최고형을 규정하고 있다. 단순 시청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론적으로도 사형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2015년경까지 북한 당국은 남한 영상·음향물의 유포를 거의 묵인했고, 2015년 이후에는 유포나 복제에 대해 징역형이 가능해졌다. 더욱이 이런 사안으로 실제 총살이 이루어진 신뢰할 만한 사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확인되지 않았던 북한 처형 보도들
북한 내부 정보 접근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비슷한 보도를 독립적으로 검증하기는 어렵다. 확인된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북한당국의 강경 조치에 대한 선정적 주장은 언론에 빠르게 확산된다. 과거에도 북한 관료나 문화계 인사의 처형설이 보도됐지만,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사례들이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 사례는 가수 현송월. 권위 있는 세계 언론들(이른 바 레거시)은 지난 2013년 한국 <조선일보>를 인용, 그녀가 공개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심지어 현송월을 ‘김정은의 연인’으로 간주했다. 그러면서 그녀를 동료 음악가들 앞에서 기관총으로 처형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1년 뒤 집단서방 언론매체들에 의해 ‘처형된(?)’ 현송월은 북한 텔레비전에 등장했다. 이후 그녀의 직급은 오히려 상승했고, 2017년에는 당 중앙위원회 직책을 맡았다.
한국을 포함한 집단서방의 매체들은 명백한 오보였다 하더라도, 어느 누구 하나 오보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는다. 사과는커녕 해당 오류 사실조차 거론하지 않았다. “아니면 말고”식의 뻔뻔스러움은 물론이고 북한 관련 보도는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식의 묵시적 약속이 만연해 있다. ‘북한은 그래도 되는 나라’라는 암묵적 합의인 셈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이런 일이 너무나 익숙하다. 그냥 그런 이야기가 있고, 북한에서 그런 일이 있든 없든 어차피 검증할 수 없으니,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이외의 서방에서는 다수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보도를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북한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서사(narrative)는 더욱 공고화 된다.
북한 탈북자 증언의 특성과 ‘공포 산업’
GFCN은 “왜 이러한 증언은 계속 등장하고 확산되는가?”라고 반문하고 “문제는 정보 출처의 특수성에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이라는 ‘블랙박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은 탈북자의 증언이다. 그러나 이는 교차 검증 없이 최종적 진실로 받아들일 수 없는 유형의 자료다. 또 탈북자 증언은 정보·정치적 맥락에서 활용될 수 있어 더욱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GFCN은 신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로 ▲기억의 왜곡 ▲정보 시장 ▲언론의 수요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기억의 왜곡’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던 많은 탈북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적 경험과 소문이 혼합돼 왜곡된 기억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가리킨다.
이어 ‘정보 시장’은 한국은 북한 관련 가치 있는 정보에 대해 공식적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선정적 정보의 가치가 커진다는 점을 가리킨다. 북한 텔레비전 아나운서 출신 북한연구자 송지영(Jiyoung Song)씨에 따르면, 북한 관련 이야기(정보)가 더 선정적일수록 보상이 커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과장에 대한 위험한 유인을 만든다.
란코프 교수도 “탈북자의 다수는 여성이고, 약 15%만이 고등 또는 전문 교육을 받았지만, 비교적 교육 수준이 높은 이들조차 새로운 남한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면서 “이 때문에 이들에게는 금전적 보상 외에도 다른 이익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란코프 교수는 여러 기관・단체의 각종 초청과 해외 방문, 취업 등으로 전환될 수 있는 유용한 인맥 형성 등을 ‘돈 이외에 다른 이익’으로 설명했다.
그는 “과장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주로 중산층 출신으로, 탈북자 중에서는 소수”라면서도 “교육을 받았고 말을 잘하기 때문에 어떤 ‘버튼’을 눌러야 최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대략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실보다 클릭수가 더 중요한 ‘이른바’ 언론매체들의 수요
언론은 극적인 이야기를 찾는다. 관료적 복잡성에 관한 이야기는 주목받지 못하지만, 처형 이야기에는 관심이 쏠린다.
란코프 교수는 충격적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 수요가 허위 또는 과장된 증언의 토양을 형성한다고 본다.
그는 “북한에 관한 뜨거운 선정주의는 서방과 한국 독자가 듣고 싶어 하는 유형의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령 북한에서 형사 범죄로 수감된 사람의 평범한 전기에는 관심이 없지만 그가 ‘아무도 살아서 나오지 못하는 최악의 수용소에서 살아 나왔다’고 환상적으로 묘사한다면, 그 책은 읽히고 인용된다”고 설명했다.
란코프 교수가 대표적 사례로 꼽은 것은 베스트셀러 <14호 수용소 탈출>의 신동혁이다. 그의 회고록은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이후 모순이 제기되자 신동혁은 책의 상당 부분이 허구였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안보를 정파적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한국의 세력들의 존재도 지적했다. 란코프 교수는 “한국의 변호사 장경욱은 정보기관과 언론이 탈북자를 선전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다”고 GFCN에 밝혔다.
란코프의 분석에 따르면, 일부 우파 정치집단도 이런 선정주의 확산에 관여하며, 국제앰네스티 같은 인권단체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한다.
란코프 교수는 “인권단체는 종종 정치 투쟁의 무기로 사용되는데, 인권활동가들이 이를 항상 인식하는 것은 아니지만, 권위주의 체제를 ‘세계 악의 근원’으로 간주하며 공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큰 틀에서는 맞다’는 이유로 명백한 불일치를 간과하기도 하고, 사실 확인이라는 중요한 작업을 놓치기도 하는데, 이것이 비단 북한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검증되지 않은 선정주의 후과…남북의 완전한 단절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 한국영화 <오징어 게임>이 언급된 계기로 인권 분야에서 정보 검증 기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런 이야기가 빠르게 자리 잡는 이유는 기존에 형성된 국가 이미지와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출처에 대한 비판적 검증이 특히 중요하다.
GFCN은 “확인되지 않았거나 논쟁적인 주장이 포함될 경우, 이는 해당 사안 뿐 아니라 이를 제기한 단체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위) 언론은 자극적인 제목에 초점을 맞추고, 소셜미디어는 이를 증폭시키는 반면 이후의 정정이나 보완 설명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다. 이는 정보환경 전반의 균형에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 관련 정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불일치는 청중의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정보 접근이 제한된 환경일수록, 방법론의 투명성과 표현의 정확성은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026년 한국인들에게 북한에 관한 한, 진실과 거짓 자체가 의미가 없다. 많은 기성세대들은 누가 봐도 거짓일 것 같은 북한 관련 뉴스를 부정하다가 ‘국가보안법’에 따라 처벌 받은 기억이 또렷하다. 다행히(?) 그들의 자녀 세대는 그럴 위험이 적다. 사유(생각)보다 직관적 소비에 능통하다. 이들은 서방 중심의 ‘규칙 기반 세계 질서’에 대한 신앙심이 깊고, 북한은 서방이 규정한대로 그저 ‘불량, 괴물집단’일 뿐이다.
어차피 사실과 진실을 규명할 가능성이 1%도 안되는 환경이 70년 넘게 지속돼 왔다. 그러니 북한에 대해 생각의 나래를 펼치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다. 세대가 지날수록 이런 경향은 강화될 강화될 것이다.
한국의 진보주의자 일부가 주장하는 북한과의 ‘특수관계’는 ‘한국 민중이 지구촌에서 가장 무관심해야 할 집단’이라는 의미에서만 의미가 있을 전망이다.
드러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권상황 판단, 대부분 “정치적”이라는 비판 직면
인권 문제는 국제 정치에서 긴요하게 악용되며, 따라서 항상 논란이 돼 왔다. 국제앰네스티는 우크라이나군이 민간 지역에서 군사 작전을 했다고 지적했다. 군사력이 절대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이 전쟁터에서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삼았다는 지적이다. 비밀로 분류되는 군사작전의 실상이 드러날 가능성은 낮지만, 다수 군사전문가들은 이를 사실로 여겼다. 다만 서방 정치인들은 “러시아를 옹호하는 논리”라며 비판했다.
세계사・인권・지역개발・아프리카 연구자인 노암 쉬멜(Noam Schimmel)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교수(국제 및 지역 연구)는 지난 2024년 발표한 자신의 논문에서 같은 논리로 비판했다. 논문의 주된 내용은 인권 비정부기구(NGO)들의 권력과 자금, 정치적 맥락에 대한 비판적 논평이다. 논문 제목은 ‘인권 NGO의 윤리 및 책임성 개선: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과 휴먼라이츠워치, 그리고 인권 유토피아주의에 대한 비판(Improving human rights NGO ethics and accountability: A critiques of Amnesty International and Human Rights Watch and human rights utopianism)’이다.
쉬멜 교수는 두 국제 인권단체가 표방한 정치적 입장과 국제사회의 위치, 권력을 지적한다. 인권, 특히 평등과 ‘보편성의 원칙’을 존중하지 않은 사례들을 제시했다. 수 많은 익명 기부자들 가운데 특정 국가의 정부가 포함돼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바도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조직이라고 본다. 그런 불완전성을 가치와 영향력, 특히 인권의 도덕적 원칙 및 국제인권법과 동일시하는 경향에 의해 가려왔다고 비판한다.
쉬멜 교수는 “도덕적 원칙과 국제인권법은 세속적 윤리적 관점에서 흠잡을 데 없고 신성한 것으로 인식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제 “인권NGO들이 행해 온 각종 옹호 활동과 조직 정책, 관행으로 누가 가장 큰 피해를 입는지를 살피러”고 고언을 했다. 특히 “이제는 인권 단체를 이상화하고 상상하는 모습이 아닌, 그들의 복잡성, 모순, 그리고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인에게 앰네스티인터내셔널과 휴먼라이츠워치는 편견 없이 지구촌 도처의 인권 문제를 중립적인 비정부기구로 인식돼 왔다.

이상현 <엔트로피>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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