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3 (월)

  • 흐림동두천 1.8℃
  • 흐림강릉 9.0℃
  • 흐림서울 2.9℃
  • 구름많음대전 5.3℃
  • 구름많음대구 9.8℃
  • 맑음울산 8.7℃
  • 구름많음광주 8.8℃
  • 맑음부산 9.4℃
  • 맑음고창 4.7℃
  • 구름많음제주 9.6℃
  • 흐림강화 1.3℃
  • 흐림보은 5.1℃
  • 흐림금산 7.1℃
  • 맑음강진군 9.6℃
  • 구름많음경주시 10.6℃
  • 맑음거제 8.8℃
기상청 제공

발전소만 없애면 끝? ‘송전망’이 바꾸는 새 탈석탄 계산법

전력망·금융·산업 전략이 교차하는 탈석탄의 복잡한 셈법
‘좌초자산’·송전망 가치가 바꾸는 청정에너지 전략 고려해야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탈석탄은 더 이상 선언의 문제가 아니다. 주요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국가 전략으로 확정하면서 석탄 발전은 구조적 감축 국면에 들어섰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는 ‘Net Zero by 2050’ 시나리오에서 선진국이 2030년대 초반까지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방향은 분명하다. 그러나 방법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최근 해외 에너지 전문 매체 <Earth.org>는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석탄 발전소 인프라가 청정에너지 전환의 ‘숨겨진 자산(hidden value)’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핵심은 단순한 발전 설비가 아니라 송전망과 계통 연결 권리에 있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다. 이 주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전환의 병목이 예상과 다른 지점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의 설비 가격은 지난 10여 년간 급격히 하락했다. 그러나 신규 발전 사업은 송전망 확보와 계통 접속 대기 문제에 막혀 수년씩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전기를 흘려보낼 선로를 확보하는 일이 더 어려워진 것이다.


반면 석탄 발전소는 이미 고압 송전망과 변전소, 대규모 전력 수송 능력을 갖춘 ‘계통 거점’이다. 발전 설비를 철거한 뒤 같은 부지에 태양광, 배터리 저장장치(BESS), 수소 생산 설비를 설치하면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인프라 문제를 우회할 수 있다. <Earth.org>가 지적한 ‘숨겨진 가치’가 바로 이 지점이다. 발전 연료는 바뀌지만 전력망의 뼈대는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 해외 석탄 부지 전환 사례와 드러난 기술·재정적 한계

이 같은 접근은 실제 정책 흐름과도 맞물린다. 미국에서는 연방 전력 공기업인 테네시 밸리 당국(Tennessee Valley Authority, TVA)이 켄터키주의 파라다이스 석탄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면서 해당 부지를 태양광 설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2022년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이다. IRA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설비, 청정수소 프로젝트에 대규모 세액공제를 제공하며 화석연료 지역의 산업 전환을 유도한다.


호주 빅토리아주의 헤이즐우드(Hazelwood) 발전소 부지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2017년 폐쇄된 이 석탄 발전소 부지에는 대규모 배터리 저장 설비가 들어서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설비 교체가 아니라 전력시장 구조 변화와 연결된다. 석탄은 기저부하를 담당했지만, 재생에너지 확대 이후 전력망은 빠른 출력 조정과 저장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배터리는 이 변화를 흡수하는 장치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공정 전환 기금(Just Transition Fund)’을 통해 석탄 의존 지역의 산업 재편과 고용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 등은 석탄 발전소 부지를 수소 산업 거점으로 재설계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이 아니라 산업 정책이자 지역 균형 전략이다.


다만 ‘전환’이 곧 해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 송전망 구축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발전 설비 철거와 토양 오염 정화, 신규 설비 투자 비용은 여전히 부담이다. 정부 보조금과 세제 지원이 축소될 경우 사업성이 유지될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좌초자산을 줄이기 위해 추가 투자를 감수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금융시장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기술적 한계도 존재한다. 모든 석탄 발전소가 재생에너지 전환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부지 규모와 송전 용량, 지역 전력 수요 구조, 환경 정화 비용에 따라 경제성은 크게 달라진다. 또한 태양광이나 배터리 설비는 기존 석탄 발전이 담당하던 대규모 기저부하를 그대로 대체하지는 못한다. 전력시장 구조와 보조 서비스 체계까지 함께 개편하지 않으면 전환은 부분적 성과에 그칠 수 있다.


◆ 한국 탈석탄, 송전망·재정·지역 산업 전략 함께 고려해야

한국 역시 같은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석탄 발전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접속 대기 물량 증가와 계통 포화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발전 설비는 빠르게 늘어나는데, 송전망 증설과 주민 수용성 확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국토가 좁고 전력 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송전망 확충 갈등이 구조적으로 발생한다. 신규 송전선 건설은 주민 반발과 환경 인허가 문제로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 결과, 발전 설비를 지어놓고도 전력을 계통에 연결하지 못하는 ‘접속 대기’가 누적된다. 에너지 전환의 병목이 발전 기술이 아니라 전력망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이 구조에서 기존 석탄 발전 부지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이미 고압 송전망과 변전 설비, 산업용 부지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폐쇄가 아니라 해당 부지를 태양광·해상풍력 연계 설비, 에너지저장장치, 수소 생산 및 전환 설비 등으로 재설계한다면 송전망 구축에 드는 시간과 사회적 갈등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전환 비용을 ‘새로 짓는 비용’이 아니라 ‘재구성 비용’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검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제도적 조건은 해외와 다르다. 한국 전력시장은 한국전력공사를 중심으로 발전·송전·판매가 사실상 공기업 체계 아래 운영되는 중앙집중 구조다. 미국처럼 세제 인센티브로 민간 자본을 대규모 유입시키거나, 유럽처럼 지역 단위 분산형 전원 중심으로 재편하는 모델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투자 의사결정이 정부 재정, 공기업 재무 건전성, 전기요금 정책과 직결된다는 점도 변수다.


또 다른 변수는 금융이다. 석탄 발전소의 조기 폐쇄는 자산 가치 하락과 손실 인식 문제를 동반한다.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공기업 재무구조와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달라질 수 있다. 해외에서는 전환 채권,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기금, 세제 감면 등 다양한 금융 수단을 동원하지만, 한국은 아직 제도적 틀이 충분히 정비됐다고 보기 어렵다.


지역 고용과 산업 생태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석탄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은 발전소 운영·정비·연관 산업에 고용이 집중돼 있다. 단순 폐쇄는 지역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해당 부지를 수소·재생에너지·에너지 저장 산업 거점으로 전환할 경우, 기존 인력의 재교육과 산업 재배치를 통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탈석탄 정책이 기후 정책을 넘어 산업 전략과 연결돼야 하는 이유다.


결국 석탄 발전소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정책의 방향을 가른다. 그것을 단순한 오염원으로 본다면 빠른 폐쇄가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그것을 전력망의 거점이자 산업 인프라로 본다면 활용 방식을 재설계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탈석탄은 불가역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설계는 여전히 선택의 영역에 있다. 송전망, 금융, 전력시장 구조, 지역 산업 전략을 함께 고려하지 않는다면 전환은 더디거나 더 비싸질 수 있다. 반대로 기존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재구성한다면 탈석탄은 단순한 축소가 아니라 산업 재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Research & Review

더보기


환경 · ESG

더보기


PeopleㆍCompany

더보기
전국 지자체, 권역별 수소경제 생태계 조성 ‘구슬땀’ [엔트로피타임즈 민경종 기자] 수도권과 영·호남, 충청, 강원 등 전국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의 '수소도시 2.0' 전략에 맞춰 지역별 특화 산업과 연계한 수소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와 언론 보도에 의거해 주요 권역별 추진 상황등을 종합해 보면 먼저 ▲수도권의 경우는 모빌리티 및 융복합 단지 조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광역시는 전국 특별시와 광역시 중 가장 많은 수소 충전소와 수소 버스를 운영하며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 2026년 공개를 목표로 '인천형 수소산업 육성 기본계획'도 수립 중에 있고, 경기 안산시는 'H2 경제도시' 브랜드를 앞세워 2026년 수소도시 조성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었는데, 기존 수소 교통복합기지와 연계한 수소에너지 융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평택시는 현대차그룹 등과 함께 수소 항만과 특화 단지를 중심으로 수소차 보급 및 인프라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이어 ▲영남권은 수소 생산 기반 강화 및 탄소중립 주거를 목표로 매진중이다. 특히 울산광역시는 전국 수소 생산량의 약 50%를 담당하는 '수소 산업의 메카'로 불리우고 있다. 북구 양정동 일대에 세계 최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