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최근 들어 직장인 이모 씨(35)는 편의점에서 점심거리를 고를 때마다 가격표를 먼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몇 년 사이 라면과 빵, 과자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이 씨의 부담이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CJ제일제당과 삼양이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평균 5~6% 인하했지만 그 효력이 일반 서민들에게는 와닿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이는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같은 달 식품 물가는 전년 대비 2.9% 상승했고, 가공식품 물가도 2.8%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보다 높은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라면과 초콜릿, 고추장 등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품목의 가격 인상이다.
이런 품목의 가격 인상은 소비자 심리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기에 체감 물가 상승률은 그보다 더 높게 느껴지는 것.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일부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는 듯 보이지만, 식탁 물가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그 배경에는 국제 곡물 시장의 구조적 변동성이 자리하고 있다.
◆ 기후·분쟁·공급망 등 반복되는 충격에 곡물 시장 ‘휘청’
최근 몇 년간 세계 곡물 시장은 세 가지 요인이 겹치며 흔들려 왔다. 첫째는 기후변화다. 이상 고온과 가뭄, 홍수는 주요 곡창지대의 생산량 변동성을 키웠다. 수확량이 조금만 줄어도 국제 가격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둘째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밀 수출의 핵심 통로였던 흑해 곡물 운송을 흔들었다. 에너지 가격과 해상 운임 상승이 겹치면서 곡물 가격은 급등했다. 셋째는 공급망 불안정이다. 팬데믹 이후 물류 체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국의 수출 제한 조치가 이어지며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26년 1월 발표에서 식품가격지수가 5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국제 식량안보 분석기관 ‘FEWS NET’도 올해 2월 전망에서 8월까지 최대 1억3천만 명이 긴급 식량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량 문제는 더 이상 개발도상국만의 위기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반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국제 변동성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더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한국은 밀과 옥수수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온다. 반면 쌀은 공급 과잉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연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49%로 2017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은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문다.
문제는 생산 구조와 소비 구조의 불균형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수십 년째 감소하고 있지만, 밀을 기반으로 한 가공식품 소비는 꾸준히 늘었다. 쌀은 남아돌고 밀은 해외에 의존하는 ‘이중 구조’가 고착된 셈이다.
이 구조는 가격 변동이 곧바로 가계에 전가되는 통로가 된다. 2025년 봄 오뚜기는 라면 가격을 평균 7.5% 인상했고, 농심 역시 주요 제품 가격을 7% 넘게 올렸다. 국제 밀 가격 상승과 환율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곡물 가격 변동이 몇 달의 시차를 두고 장바구니로 옮겨오는 구조다.
◆ 체감 물가와 심리적 불안에 떠는 서민들 울상
서울 강서구에 사는 주부 김모 씨(42)는 “밀가루와 설탕 가격이 내렸다고 해도 당장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며 “라면이나 빵값이 오를 때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렇듯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평균 수치’가 아니라 ‘자주 사는 품목의 가격’이다.
가공식품 가격은 외식비와 편의점 물가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제빵업체, 분식집, 소상공인들은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마다 메뉴 가격을 조정해야 하고, 이는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곡물 가격 불안정은 특히 저소득층 가계에 더 큰 부담이 된다. 식료품 지출 비중이 높은 계층일수록 가격 상승의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식량 문제가 단순한 물가 이슈를 넘어 사회적 불평등과도 연결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미 이와 관련된 사회적 경험 역시 이루어졌던 바가 있다.
2008년의 일이다. 2008년 세계 식량위기 당시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약 54%였다. 당시에도 라면과 빵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지금은 자급 기반이 더 약해졌다. 2022년 전쟁 여파로 밀 수입 가격이 급등했을 때 제분·제빵·라면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비슷한 충격이 반복된다면, 현재의 구조에서는 가격 전가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해법은 구조 전환에 있다. 정부는 밀 자급률 제고 사업과 전략 비축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자급 기반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벼 재배 면적을 줄이고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정책도 농가 소득과 직결된 문제라 속도를 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곡물 수입선을 다변화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 밀과 콩 같은 전략 작물의 국내 생산 기반을 확대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 저장과 비축 능력을 강화하고 유통 체계를 효율화해 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달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APEC 식량안보 장관회의에서도 공급망 강화와 디지털 농업 혁신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사진= APEC]](http://www.entropytimes.co.kr/data/photos/20260207/art_17708779821597_8b1f3a.png)
이달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APEC 식량안보 장관회의에서도 공급망 강화와 디지털 농업 혁신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한국 역시 기술 기반 생산성 향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기술 혁신과 국제 협력이 실제 체감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소비 구조와 생산 구조를 동시에 재조정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설탕과 밀가루 가격 인하로 숨통은 잠시 트였지만, 세계 곡물 시장의 변동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기후 위기와 지정학적 갈등이 이어지는 한 충격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곡물 문제는 더 이상 먼 나라의 뉴스가 아니다. 라면과 빵 가격을 통해 매일 체감하는 현실이다. 지금의 수입 의존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다음 위기 때 장바구니 충격은 한층 더 클 수 있다.
[엔트로피타임즈 민경종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을 제외한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공기업) 5곳 중 한국중부발전이 나홀로 기부금을 줄인 것으로 나타나 눈총을 사고 있다. 특히 사업아이템이 완전히 다른 한수원을 제외하고 거의 동일한 사업구조를 가진 한국남동발전 등 4개사는 손익이 악화하는 와중에도 전년 대비 기부금을 모두 늘린 것으로 파악돼 중부발전의 경우와 대조적이다. 더욱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으로서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위한 기부금을 줄인 것은 공기업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한국중부발전 등 5개사의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실적, 특히 손익과 기부금 총액이 어떠하였기에 이 같은 소리가 나오는 걸까? ■ 발전 공기업 5사, ‘SMP하락으로 합산 매출·영업익 모두 ‘뒷걸음’ 먼저 각사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의거해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 기부금 수치를 살펴보면 매출은 5개사 공히 2024년 3분기와 비교해 쪼그라들었다. 5개사의 합산 누적매출액은 22조8848억 원으로, 전년 동기 25조8167억 원과 비교해 약 2조9319억 원이 줄어 11.4% 가량 역 성장했다. 5개사 모두 역 성장을 면치 못했는데, 중부발전
[엔트로피타임즈 민경종 기자] 해운·조선업계가 범국가적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별별 아이디어를 갖춘 행보로 분주하다. 첫 그린 메탄올 이중연료 선박을 취항시키는가하면 날개를 달거나 전기를 추진 동력으로 삼는 선박을 건조하는 등 탈탄소화 목표 달성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 이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점점 더 병들고 있는 지구환경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자 지속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여서 훈훈한 울림을 주고 있다. HD현대, 바람의 힘으로 달리는 선박 띄웠다…‘윙세일’ 해상 실증 착수 HD현대그룹과 삼성중공업은 돛처럼 바람의 힘으로 선박의 추진력을 보태는 ‘풍력 보조 추진 장치’의 해상 실증에 나서며,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자체 개발한 풍력 보조 추진 장치(WAPS, Wind Assisted Propulsion System)인 ‘윙세일(Wing Sail)’ 시제품을 선박에 탑재하고 해상 실증을 본격화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이번 실증이 진행되는 선박은 HMM이 운용 중인 5만 톤급(MR급) 탱커선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토양은 지구에서 가장 큰 탄소 저장고 중 하나다. 농업 방식과 토지 관리가 바뀌면 토양은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으며, 이는 기후 변화 대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토양 탄소 크레딧 거래가 성사되면서 이 잠재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 농업과 IT 산업의 연결, 기후 대응 위한 새로운 협력 모델 로이터는 15일,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 재생농업 기업 '인디고 카본'과 285만 톤 규모 탄소 크레딧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로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따른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로이터의 분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인디고 카본과 체결한 이번 계약은 12년에 걸쳐 총 285만 톤의 토양 탄소 크레딧을 확보하는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인디고 카본의 크레딧이 톤당 60~8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어 왔다는 점을 들어 총 규모가 약 1억7천만에서 2억2천8백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한 테이블에 앉은 인디고 카본은 미국의 농업 기술 기업 인디고 애그가
[엔트로피타임즈 민경종 기자] 최근 조선업계가 해운산업의 탈탄소화를 이끌 주요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는 ‘선박용 윙세일(Wing Sail)’ 도입 경쟁에 돌입했다. 12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오는 2035년 정부가 설정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전 산업계가 신기술이나 다양한 탄소 감축 방법을 도입·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해운업계에 ‘선박용 윙세일’ 도입 경쟁에 속속 나서고 있다. 선박용 윙세일은 항공기 날개 형상을 선박에 적용해 바람의 힘을 추진력으로 활용하는 친환경 보조 추진 장치다. 해운업계의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며, HD현대(HD한국조선해양), HMM, 삼성중공업 등도 도입 및 실증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선박용 윙세일(Wing Sail)’ 작동 원리 및 연료·탄소절감 효과는? 그렇다면 그 작동원리는 무엇이고 연료 및 탄소 절감효과는 얼마나 될까? 해운업계에 따르면 윙세일은 기본적으로 항공기의 날개(에어포일)와 유사한 원리를 이용한다. 즉, 바람이 윙세일의 상하단(또는 양 측면)을 지날 때, 곡면의 디자인으로 인해 공기 흐름의 속도 차이를 발생시켜 양력을 얻는다. 또 추진력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미국을 66개 유엔 및 국제 기후·과학 관련 기구에서 탈퇴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세계 기후 거버넌스가 중대한 균열에 직면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같은 핵심 기구가 포함된 이번 결정은 미국의 기후 리더십 상실을 공식화하는 동시에 중국과 유럽연합(EU)의 부상을 촉진하고 개도국 지원 축소와 국제 무역 질서 변화까지 불러올 수 있다. 한국 역시 동맹국 미국의 후퇴와 강화되는 글로벌 규제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과 산업 전략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 국제적 기후 대응 체제에서 사실상 손을 떼겠다는 선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66개 유엔 및 국제 기후·과학 관련 기구에서 탈퇴시키겠다고 발표한 것은 단순한 외교적 결정이 아니라 세계 기후 질서의 근본적 균열을 의미한다. 이번 조치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같은 핵심 기구가 포함돼 있으며, 이는 미국이 국제적 기후 대응 체제에서 사실상 손을 떼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지는 때문이다. 영국의 기후·에너지 전문 언론 매체 Carbon Brief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폭염과 홍수, 산불과 해수면 상승은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다. 세계는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1.5℃ 목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각국의 탄소 감축 정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COP 회의에선 합의가 지연되고, 일부 국가는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IPCC가 2023년 3월 20일 발표한 6차 평가보고서 종합판 역시 잔여 탄소예산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해 11월 공개된 글로벌 탄소예산 2023 보고서는 CO₂ 배출이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고 지적한다. 어느 하나 희망적인 구석이 발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기술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선 것이 바로 태양 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이다. 태양광을 반사해 지구 온도를 낮추려는 이 기술은 위험하지만 연구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태양을 가리는 기술, 구원일까 재앙일까 태양 지구공학의 핵심 메커니즘은 비교적 단순하다. 태양 지구공학은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주입하거나 해
[엔트로피타임즈 민경종 기자] 매일유업(대표 김선희, 이인기, 곽정우)이 당초 약속한대로 임직원 자선바자회 판매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따뜻한 나눔을 이어갔다. 26일, 자사 사내 봉사동호회 ‘살림’과 기업문화 함양을 위한 ‘매일다양성위원회’가 주관한 자선바자회의 수익금 3,650만원 전액을 연말을 맞아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에 기부했다고 밝힌 것. 앞서 매일유업은 이달 초, 이번 바자회를 통해 모인 판매 수익금 전액을 입양기관과 미혼모시설 등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기부금은 지난 11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열린 임직원 자선바자회를 통해 마련됐다.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한 바자회 판매 수익금이 단순한 기부를 넘어, 지역사회 곳곳의 도움이 절실한 다양한 이웃들에게 전달되었다. 매일유업이 이번 자선바자회 판매수익금을 기부한 곳은 총 세곳이다. 먼저 지난 6일, 매일유업 임직원들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을 직접 찾았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임직원들은 독거노인과 취약계층 주민들에게 정성이 담긴 도시락을 직접 배달하며 안부를 묻는 등 이웃과 온정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