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국제유가가 최근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글로벌 무역갈등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 가능성과 중동 긴장 고조 등 공급 불안 요인이 여전히 시장을 압박하는 반면, 세계 경기 둔화 전망은 유가 상승을 제한하며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국제 원유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74달러대 후반에서 거래됐으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1달러대 수준을 나타냈다. 두 유종 모두 최근 약 5주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이후 상승 폭이 제한되는 흐름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원유 공급 감소 가능성과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투자 심리가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 측면에서는 지정학적 긴장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수요 측면에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러시아 원유 구매국에 ‘2차 관세’ 경고
최근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긴장과 주요 산유국 정책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각국의 외교 정책과 경제 상황에 따라 단기적인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 무역 갈등이 다시 부각되면서 원유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역 분쟁이 확대될 경우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하고 산업 생산이 위축되면서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이 위축되고 제조업 활동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석유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원유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원유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를 겨냥한 추가 압박 가능성을 시사하며 에너지 시장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국가들에 대해 25~50% 수준의 이른바 ‘2차 관세(secondary tariffs)’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조치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글로벌 원유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원유 수출국 중 하나로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주요 수입국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특히 러시아산 원유가 아시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제재가 강화될 경우 일부 국가들이 대체 공급원을 찾게 되면서 국제 원유 거래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미국의 제재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 원유 시장 전반에 상당한 파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감소할 경우 국제유가가 단기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 중동 긴장 고조속 이란 변수 부각
이와 함께 미국과 이란간 긴장 역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의 핵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을 경우 관세 부과는 물론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요 산유국 중 하나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될 경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적으로 유가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은 세계 원유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으로, 정치적 긴장이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도 변수가 발생했다. 카자흐스탄의 주요 원유 수출 경로 중 하나인 흑해 인근 터미널 일부가 폐쇄되면서 원유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원유 공급이 일시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최근 몇 년간 원유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온 국가로,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 일정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수출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 지역에서 공급 부족 우려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공급 불안 요인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공급 변수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이 유가 상승 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투자자들은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향후 생산 정책에도 주목하고 있다. OPEC+는 최근 글로벌 원유 수요 회복 상황을 고려해 생산 정책을 점진적으로 조정하고 있으며, 오는 5월부터 하루 약 13만5천 배럴 규모의 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PEC+의 증산 결정은 시장의 공급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평가된다. 만약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릴 경우 공급이 확대되면서 유가 상승 압력이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국제유가가 여러 상반된 요인 속에서 방향성을 모색하는 국면에 있다고 분석한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 불안은 유가 상승 요인이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무역 갈등 확대는 수요 위축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단기적으로 국제유가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기보다는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미국의 대외 정책,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중동 지역 긴장, 그리고 OPEC+의 생산 정책 등이 국제유가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