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핵 농축 완전 중단해야”.. 고착 상태 빠진 핵 협상 언제까지

핵 프로그램 둘러싼 미·이란 입장차 여전해 갈등 지속
중동 긴장 속 에너지 시장 영향 가능성도 주목해야

 

[엔트로피타임즈 이상현 기자] 좀처럼 타협안을 찾을 수 없는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탓에 중동 지역에 서린 긴장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미국이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우라늄 농축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협상이 고착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협상 여하에 따라 국제 에너지 정세에 암운이 드리울 가능성이 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은 타협점을 찾기 위한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강경한 미국의 입장에 굴하지 않는 이란의 목소리도 여전해 빠른 시일 내에 타협점을 찾는 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단순히 중동 지역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탓에 향후 사태의 추이에 따라 에너지 시장의 출렁임도 여전할 것으로 보여진다.

 

◆ 우라늄 농축 둘러싼 양국의 견해차 여전해
카타르 기반 글로벌 뉴스 네트워크 ‘Al Jazeera’는 15일(현지 시각), 미국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이란이 핵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완전히 중단하고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위트코프 특사는 이란의 핵 활동이 군사적 목적에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국제사회가 이를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언은 미국과 이란이 핵 문제를 둘러싸고 간접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협상 과정에서 양국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특히 핵 프로그램의 범위와 제재 완화 문제를 놓고 양측이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은 점은 위트코프 특사의 발언에서 드러났듯 우라늄 농축의 정도를 둔 양측의 견해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해소하지 않는 한 조속한 협상 타결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익히 알려졌듯 우라늄 농축은 원자력 발전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농축 수준이 높아질 경우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란에 대한 제재를 좀처럼 풀 수 없었던 이유기도 하다.

 

이란은 그동안 핵 프로그램이 민간 에너지 개발을 위한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이란의 핵 활동이 군사적 목적과 연결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강력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우라늄 농축 수준을 약 60%까지 끌어올린 상태로 알려졌다. 이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약 90% 수준에 상당히 근접한 단계로 평가된다. 과거 핵 합의에서는 농축 수준을 약 3.67% 이하로 제한하는 조건이 적용됐던 만큼, 현재 수준은 국제사회가 우려할 만한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핵 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란이 이미 높은 농축 수준을 확보한 상황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 중단’ 조건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 2015년 핵 합의 이후 이어진 갈등
현재 빚어지고 있는 갈등의 뿌리는 정확히 10년 전인 2015년 체결된 핵 합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협정은 공식적으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으로 불리며,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2015년 7월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체결된 당 합의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은 협정이다. 당시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EU와 이란이 참여한 가운데 합의에 도달한 협정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제한하고, 원심분리기 수를 줄이며 핵시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받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검증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미국은 이란에 부과했던 경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조건이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당시만 해도 오랫동안 이어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봉합하는 묘수로 받아들여졌지만 이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3년 만에 파열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핵 합의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다시 강화하며 협정은 물거품이 되었다. 이후 이란 역시 핵 활동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갈등이 재점화되기에 이른 것.

 

현재 미국과 이란은 오만의 중재 아래 간접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핵 프로그램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협상이 완전히 결렬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양측이 모두 자국 내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협상 타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핵 협상이 단순한 외교 문제를 넘어 글로벌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특히 이란이 세계 주요 석유 생산국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협상 결과가 국제 에너지 시장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이란은 핵 문제와 관련한 국제 제재로 인해 원유 수출에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다. 만약 협상이 타결되고 제재가 완화될 경우 이란산 원유가 다시 국제 시장에 대규모로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글로벌 원유 공급 구조에 변화를 가져오고 국제 유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될 경우 중동 지역 긴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 중동, 그 중에서도 이란이 공급하고 있는 원유량을 고려해본다면 현재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무엇을 이끌지는 명확해진다. 당연하게도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등 에너지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협상에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어느 수준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미국이 제재 완화를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것인지가 협상 타결 여부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양측 모두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해온 경험만 봐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은 이번 협상이 극적인 결과를 도출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한다. 이란과 미국의 협상 결렬은 곧 에너지, 특히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을 대거 높일 것이고 그로 인해 산업 전반에 치명타를 감수해야 하는 탓이다.